▲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가 무산됐다.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대표해 참여하는 청년유니온과 전국여성노조·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함께 불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11월 청년계층을 대표해 경사노위 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받으면서, 청년 삶을 사회적 대화의 장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각자 일터에서 하루하루 불안한 시간과 부당한 상황에 놓이는 청년들의 현실을 바꿔야만 한다는 절박함으로 경사노위를 통한 변화의 첫발을 내딛고자 했다. 아쉽지만 지난 석 달의 과정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경사노위 출범 직전부터 여야정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일방적으로 합의하며 사회적 대화와 노동계 대표들을 주변화시켰다. 탄력근로제를 비롯한 노동계의 '양보'가 필요한 사항을 번번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마치 정부 민원을 처리하는 기구로 취급했다. 오히려 현재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 틀로 풀자고 요구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논의는 개편을 강행하고 있다.

더구나 문제의 발단이 된 지난달 19일 탄력근로제 합의 소식은 본위원회 위원인 계층별 대표들조차 언론을 통해 접했다. 부정적 영향이 뻔히 예상되는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 과정에서 미조직 계층을 위한 목소리를 낼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비록 탄력근로제 확대가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겪는 장시간 노동에 면죄부 하나를 주는 것이더라도, 끝끝내 국회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강행하더라도, 이대로 본위원회에서 의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6일 불참을 결정한 이유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헌법적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재계 주장도 묵과하기 어렵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각 주체를 존중하며 양보와 타협을 하는 것이 사회적 대화지만, 사회적 원칙에 위배된 이야기를 그대로 두는 것은 행위자로서 정부가 해야 할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대화의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비록 어떠한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수차례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당하고도 결국에는 청년 구직자의 단결권을 인정받았던 청년유니온도 이를 그대로 넘기기 어렵다. 재계는 사회적 대화를 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회적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는 요구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번 본위원회 의결이 무산되면서 사회적 대화기구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쉬울 것이라고,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지 ‘강고한 투쟁’만으로 진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최근 상황을 놓고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오늘도 취업준비를 위해 오가는 길 위에서, 홀로 야근하는 일터에서,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정한 현실에 발 딛고 묵묵히 오늘의 삶을 견디고 있을 청년들을 생각하면 사회적 대화의 작은 가능성조차 포기할 수 없다.

아직은 조금이라도 전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청년들에게 절실한 고용안전망 강화와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구조적 대책,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대한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상황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상호 간의 존중에 기초한 토론과 건전한 비판을 통해 어떻게 보다 평등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지 책임 있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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