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기다린 해고자들 앞에 박영호 콜텍 사장은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박영호 사장이 참석하는 콜텍 해고자 복직교섭이 7일 처음 열렸다. 2007년 정리해고 이후 처음 박 사장이 참석한 교섭으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그는 교섭장에 빈손으로 왔다. 교섭은 2시간 만에 결렬됐다.

콜텍과 금속노조 콜텍지회(지회장 이인근)는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한 호텔에서 사측을 만났다. 박 사장은 회사 사과와 복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자 25명의 정리해고 기간 보상금 역시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았다. 박 사장은 특히 "이희용 상무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했다"며 향후 교섭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근 지회장은 "다음부터는 나오지 않을테니 이희용 상무와 교섭하라는 뉘앙스였다"며 "합의안이 도출되고,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참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교섭은 지난달 18일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사무실을 찾은 해고자들을 만난 박영호 사장이 "교섭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해 마련됐다. 박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교섭이 열리는 만큼 극적 타결이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결국 '면피용 교섭 약속'이었던 셈이다.

이인근 지회장은 "해고 사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참여한 게 아니라 당일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면피용으로 나오겠다는 말을 했던 것"이라며 "씁쓸하다"고 말했다.

노사는 다음 교섭일정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박영호 사장 직접교섭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며 "투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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