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시행하며 처벌유예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까지 꺼내 들면서 실질적인 노동시간단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 노동자들은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 유연근무제도가 도입·확대되고 근태관리가 강화됐다고 지적한다. 장시간·불규칙 노동에 건강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유연근로시간제 실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의 사회경제적 영향분석’ 정책토론회가 7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이 주관한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올해 1~2월 민주노총 소속 12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시간단축과 유연근로시간제 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128개 사업장 중 300인 이상 사업장 비율은 56.5%다.

조사 결과 응답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300인 이상인데도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후 노동시간단축이 이뤄진 사업장은 28.9%에 불과했다. 노동시간단축에 대응한 각 사업장 조치를 살펴보면 유연근무제 도입·확대(14.3%), 근태관리 강화(12.8%), 정규직 채용 확대(12.8%), 교대제 개편·시간대별 투입인원 조정(9.2%) 순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은 2017년보다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주 52시간 초과근무 비율이 50%에 이르렀으며 주 68시간 초과 비율도 15.1%로 집계됐다.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율은 36.7%나 됐다.

탄력근로제 도입비율은 18%로 나왔는데 절반 이상이 지난해 도입했다. 그러나 도입요건은 지켜지지 않았다. 2주 이내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해서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 또는 의견 청취에 의한 취업규칙 변경이 이뤄져야 하지만 미준수율이 63.6%나 됐다.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 도입요건인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비율도 8.3%로 집계됐다. 임금보전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2주 이내 탄력근로제에서는 78.6%가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에서는 55.6%가 임금보전을 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장시간·불규칙 노동에 의한 건강악화(15.8%), 임금감소(12.6%), 노동강도 강화(11.3%) 등을 우려했다.

황선웅 교수는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도 법적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채 도입되며 임금보전 방안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무노조 사업장 여성·청년·비정규 노동자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따라 실노동시간이 얼마나 단축될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들이 새로 나타날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제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