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노동기구(ILO) 활동방향을 이끌었던 필라델피아 선언의 핵심 철학이다.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 이후 75년이 지난 지금,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ILO가 6월 100주년 총회에 맞춰 새로운 100년 비전을 규정할 '100주년 선언'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ILO 100년 이끌 새로운 비전은?

ILO 100주년 선언의 밑바탕이 되는 '일의 미래 보고서'가 올해 1월 발간됐다. ILO 산하 '일의 미래 세계위원회'가 발간한 이 보고서는 각국이 실천해야 할 10가지 권고문을 담고 있다. 100주년 총회를 앞두고 회원국별로 노사정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ILO 공동주최로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 나은 노동의 미래를 위한 도전과 과제 : ILO 일의 미래 보고서의 시사점' 토론회도 이런 취지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일의 미래 보고서에 담긴 10가지 권고안을 설명한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보고서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적절한 생활임금과 노동시간 제한, 산업안전 등 세 가지를 보편적 노동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국장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선언 이후 1980~1990년대 정치적·경제적 어려움을 거치면서 ILO도 퇴조기를 맞았다. ILO는 위기극복을 위해 200개의 ILO 협약 중에서도 노사정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8가지 핵심협약을 발표했다.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87호·98호)과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29호·105호) 등이 그것이다.

이 국장은 "핵심협약에 더해 좀 더 체계적인 보호조치들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게 적정임금 강화와 노동시간 규제, 산업안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줄어드는 추세고, 임금도 빠르진 않지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독 바뀌지 않는게 산업재해율"이라며 "산재율도 높고 치명적인 산재 발생 빈도도 세계 정상급"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노동은 헌법상 정의돼 있는 의무고, 시민들에게 노동의무를 부과하면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의 미래 보고서는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중심에 두고 △보편적 보장으로서의 평생학습 강화 △생애주기에 맞는 평생활동 사회 강화 △양성평등 추진 △출생부터 노년까지 보편적 사회보호 제공 △노동시간 주권 강화 △노사단체 대표성 강화 △인간주도 접근법적 기술활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증진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투자 증진 △장기적 이익을 위한 기업투자 장려 등 10가지 권고안을 담고 있다.

"다양한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 이뤄져야"

경사노위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장인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 양과 질, 일하는 방식과 숙련,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일자리 출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전환 과정에서 노사정의 협력과 대응 정도에 따라 일자리 양극화로 인한 경제 전체의 소득 불평등 증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최대로 높이되, 성장의 결실이 국민 모두에게 공유돼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이 선순환되도록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정 협력모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개회사를 통해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에서의 포용적이고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은 노사정의 능동적이고 선제적 협력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다양한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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