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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다친 학교비정규직의 산재를 허하라 ②] 위험물질·물품 가득한 학교 실험실이 산재와 무관하다?이은영 경기도 초등학교 과학실무사

일부 직종을 제외한 대부분 학교비정규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교육서비스업은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이다.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거나 안전관리자를 두지 않아도 되고, 안전보건안전규정이 없어도 된다. 도급을 받아 위험한 일을 해도 원청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지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적용예외 대상사업을 축소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말이나 4월 초 입법예고한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올바른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 이은영 경기도 초등학교 과학실무사

어느 직장이든 그 안에서 직접 일해 보지 않으면 모를 고충이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처음 학교에서 일을 시작할 땐 나 역시 과학실험실 근무가 이렇게 위험이 도사린 일인 줄 전혀 몰랐다. 그렇게 시작해 십수 년 일하는 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난 무기계약직이 아닌 일용직 노동자였다. 때문에 해고될까 봐 학교에다 하소연조차 못했다. 혼자서 병원 다니며 치료받고 스스로 해결해 왔다.

어느 날 학생들과 과학실험 후 정리하던 중 비커가 갑자기 깨지면서 오른쪽 손바닥에 자상을 입어 다섯 바늘이나 꿰맸다. 두부 만들기 실험 중엔 냄비에 담긴 콩물이 끓어 넘치면서 양손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고무마개에 유리관을 끼우는데 수업시간은 다가오고 유리관은 안 들어가 힘을 주며 서둘러야 했다. 그러다가 유리관이 파손되며 손가락 사이가 찢어져서 또 몇 바늘을 꿰맸다. 고체 전도실험 도중엔 학생이 알코올램프를 넘어뜨려 책상에 불이 옮겨붙었다. 당황한 아이들이 물을 붓는 걸 재빠르게 제지하고,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물 묻힌 걸레 여러 개를 덮어 화재를 진압한 일도 있었다.

크고 작은 위험은 많고, 학생들은 물론 교사나 과학실무사들도 위험하다. 커튼 봉이 바람에 날리면서 실험실에 있던 포르말린 병을 내리쳐 깨진 사건도 있었다. 교사와 아이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포르말린은 흡입하면 안 되는 1급 발암물질이다.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해 대피시키고, 나는 사건 장소를 정리해야 했다. 증기를 흡입하게 됐고 과호흡 증세가 나타났다. 결국 119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그날 이후 나는 이명증세가 심해졌고 가끔 심한 두통도 겪는다.

실험준비 시간은 늘 빠듯하다. 바쁠 때는 실험용 장갑을 낄 새도 없이 시약을 맨손으로 다룬다. 결국 피부가 헐고 만성습진은 10년째 나의 ‘절친’이다. 약품이 쏟아지거나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면서 아찔한 순간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오랜 기간 약품을 취급하다가 암에 걸린 과학실무사 사례를 들을 땐 남 이야기가 아닌 듯해 두렵기도 하다.

화상·자상이나 절단, 약품중독 등이 과학실 주요 유해 유형이다. 여기에 더해 천장형 콘센트나 전기플레이트 사용시 누전에 의한 감전위험도 있다. 과산화수소수가 피부에 닿으면 피부가 하얗게 변한다. 염산·수산화나트륨 등을 자주 취급하면 급성·만성 습진이 생기는 등 약품증기로 인해 안질환과 피부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무거운 스탠드나 물이 든 수조 등을 옮길 땐 손목 저림이나 요통을 느끼기도 하고, 수백 개가 되는 비커·페트리(배양) 접시·집기병 등을 세척하다가도 손목 저림이 나타난다. 또한 황산 증기를 흡입하면 폐질환을 유발하고, 밀폐시약장 옆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공기 중으로 자연 배출된 약품을 흡입해 기침·천식, 심하면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방독면을 착용해야 하지만 그조차 지급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밀폐시약장이나 폐수보관장은 자주 필터를 교체하고 모터를 교환해야 하는데도 비용을 이유로 방치하거나 노동자와 떨어진 곳에 별도로 시약장·보관장을 마련하지 않은 학교도 있다. 그나마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보건 기초자료인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형식적이어서, 과학실무사의 안전과는 무관하고 업무부담만 가중시키는 실정이다.

국정감사에서 과학실 산업재해가 보고될 정도로 위험이 있지만 학교(교육서비스업)라는 이유로 산재예방에서 외면당한다. 그러는 동안 위험한 약품들은 여전히 과학실에 도사리고, 폭발사고나 화재의 원인인 실험폐수도 과학실에 있다. 그곳이 일터인 과학실무사는 늘 크고 작은 위험요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그렇듯 과학실무사의 노동도, 몸도 소중하다. 쓰고 버려지는 폐수가 아니다. 실험실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안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안전하다. 급식실처럼 과학실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적용돼 산업재해 예방을 시작해야 한다.

이은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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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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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 2019-03-12 10:16:56

    읽어보면 읽어 볼수록 공감되는 글입니다!   삭제

    • 이윤숙 2019-03-12 10:13:23

      매해마다 안전점검기준은 강화되면서 일은 가중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안전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합니다..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하는 안전점검인지..안전점검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는거 그들은 사람이며 그들의 안전도 생각해야 되야됨을 잊어버리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삭제

      • 향기나무 2019-03-12 10:06:08

        정말 공감되는 현실입니다~~
        늘 반복되는 위험에 노출된체 살다보니 어는정도무뎌졌나 싶었는데 가끔씩 들려오는 동료들의 슬픈 소식을 접할때면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위험하다고 안전장비만 갖취놓으라고 점검할게 아니라 그만큼 위험한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과학실무원들의 특수건강검진이든지 다른 대책을 세워주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삭제

        • 강희경 2019-03-07 10:31:07

          많은걸 바라는것이 아니다 교육부안전점검 각시도별자체안전점검을 하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위험하니까 꼭 필요하니까 하는거면서 왜 그장소 그자리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안보일까? 시설을 위한 안전 점검인가요? 사람도 시설도 안전한곳 그곳이 바로 우리아이들 공부하는곳이 되길 바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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