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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을 바꿔야 예방이 가능하다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지난달 26일 행정안전부가 하나의 자료를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회전교차로 설치사업이 완료된 129곳에 설치 전후 1년간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담은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상자는 설치 전(2015년) 147명이었으나 설치 후(2017년) 73명으로 50.3% 감소했다. 신호등이 없거나 불필요하게 신호대기 시간이 긴 교차로를 회전교차로로 전환한 것만으로 교통사고 사상자가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또 다른 교통사고 지표도 달라졌음이 확인된다. 이달 2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발표했는데, 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3천781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9.7%(404명) 줄었다. 1976년 3천869명의 교통사고 사망자 기록한 이후 줄곧 4천명에서 5천명의 사망자 규모가 지속됐는데 42년 만에 3천명대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난해 1월 문재인 정부가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자살·교통사고·산업재해)를 발표하며, 3대 분야 사망자수를 2022년까지 절반으로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교통사고 분야에서는 개선 성과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한다. 도심 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6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로 내리고, 주택가 제한속도를 시속 40킬로미터에서 30킬로미터로 내리는 것은 물론 보행자가 많은 곳에 안전시설 확충, 회전교차로 설치, 사고다발 지역 교통사고 예방역량 집중 등 개선사업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개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조심하거나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캠페인만이 아니라 교통사고 다발의 특징과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도로교통 체계를 정비했기 때문에 나타난 효과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의 다른 분야인 자살과 산업재해에 있어서도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원인 진단과 접근을 통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례로 6일 환경부가 2015~2017년 작업 도중 안전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이 1천822명(사망자 18명)이나 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야간과 새벽작업에서 안전한 주간작업으로 작업시간을 변경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제출한 작업안전 지침은 늦었지만 무척이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런 교훈들은 무엇보다 예방을 위해 문제의 원인에 접근하는 시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국인 사망원인 3위, 특히 30~40대 남성들의 자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살을 개인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현실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일터 괴롭힘과 소진을 불러오는 과도한 감정노동과 업무스트레스, 노동강도와 과로 등 일터에서의 문제까지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과로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화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를 과로로 내모는 탄력근로제를 사회적 합의라며 칭송해서는 곤란하다.

노동재해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안전사고 문제가 만연하고 그 규모가 대형화·복잡화하는 상황에서 안전불감증 운운하며 개인 노동자 과실과 부주의로 사고원인을 축소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현실을 우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4일 또 다른 사고 소식을 접했다. 고 김용균님이 사망한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협착사고 소식이다. 서부발전은 언론보도를 통해 보행로가 아닌 통로로 노동자가 이동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는 입장을 밝혔다. 석탄분배기와 먼지제거설비가 있는 통로로 이동 중 다가오는 석탄분배기를 피하려다 석탄분배기와 먼지제거설비 사이에 끼였기 때문에 부주의한 노동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최초 사고 발생보고서에는 사고원인이 운전원 판단 오류, 안전불감, 안전교육 미흡 등이 적시됐다.

그러나 단적으로 보행로가 아닌 곳으로 작업자들이 수시로 드나들거나 이동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면, 불가피하게 설비 사이의 좁은 통로로 이동할 경우라도 협착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센서를 설치했다면 없었을 사고였다. 재해노동자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안전관리 소홀과 예방조치 미흡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얼마 전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된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라는 점에서,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 부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에 있어서도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진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예방이 가능하다.

손진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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