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박정희 유신정권의 대표적인 조작사건인 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와 유족을 국가가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2017년 12월 인혁당재건위 사건을 포함해 고문·조작 등 반인권적 범죄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에 소멸시효를 두지 말 것을 법무부에 권고한 데 이어 국가기관의 두 번째 의견표명이다.

인권위는 6일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이 부당이득금 반환문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책임을 실현할 수 있는 완전하고 효과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표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의견표명은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 77명을 대신해 4·9통일평화재단(이사장 문정현)이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유족이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진정에서 비롯됐다.

재단은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2심 판결에 따라 일부 배상금을 가지급받았다”며 “2011년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변경해 지연손해금 기산점을 늦춤으로써 피해자들이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재단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국가는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피해 실체를 파악해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과 배상문제를 재검토하고, 관련 입법조치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단은 환영했다. 재단은 이날 논평을 내고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에도 피해자들은 그동안 반환 원금은 물론 연 20%씩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채무로 극심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압류·강제경매 등 반환금 환수조치를 취소해 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인권위 의견표명 결정문을 접수했다”며 “대법원 판결문·인권위 결정문·피해자들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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