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상반기 안에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애초 2017년 10월에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재계 반대를 뚫고 가이드라인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연장·야간·휴일근로를 미리 정해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불가능한 직군에 주로 적용한다. 사업주가 노동자 임금을 줄이기 위해 빈번하게 악용한다.

노동부 “상반기 목표, 연내에는 발표”

이재갑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마무리한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서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전문가들과 노사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면 발표할 생각인데, 언제 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5일 “발표시기가 특정된 것은 아니지만 연내에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대한 빨리 의견수렴을 한 뒤 가능하면 상반기에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뤄지다 “없던 일 되나” 우려까지

정부가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처음 언급한 것은 2017년 7월 국정과제를 통해서다.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포괄임금제 계약의 편법활용 근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주 당시 장관이 2017년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이드라인 마련계획을 밝혔고, 같은달 노동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가 공동으로 “2017년 10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는 계속 미뤄졌다. 노동부는 지난해 4월 노동시간단축 후속조치 일환으로 “올해 6월 중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재차 밝혔지만 소식이 없었다. 결국 정부가 처음 밝혔던 발표시점인 2017년 10월에서 1년5개월이 지나도록 가이드라인은 아직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이드라인 발표 계획을 없던 일로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노동계 “더 이상 미루면 안 돼”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하면서 포괄임금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할 경우 포괄임금제 규제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포괄임금제를 사용자들이 악용하면 노동자들이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은 연장근로수당을 받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면 노동시간 대비 임금은 감소하게 된다.

이재갑 장관은 지난해 11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문제를 다루는) 경사노위에서 의제로 다루지 않으면 정부가 준비한 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도출된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 노사정 합의에서 포괄임금제 관련 내용은 빠졌다.

노동계는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문제를 논의하면서 포괄임금제 규제도 요구했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을 또 미루면 노동계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시간제도개선위에서는 노동시간단축이나 휴식과 관련해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했지만 결국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문제만 다뤘다”며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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