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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동회의소 도입해 노사관계 틀 바꿔야”
▲ 정기훈 기자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66·사진)에게 한국형 노동회의소 설립은 40년 노동운동과 3년 국회의원 활동의 집약이다. 바닥난 신뢰 속에 갈등을 거듭한 한국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전체 노동자의 90%에 해당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동회의소 설립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이용득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이 최근 발의한 노동회의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노동회의소에는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특수형태근로종사자·실업자 등 모든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다. 노동회의소는 각종 법률서비스와 직업훈련 및 중앙단위 노사관계 운영을 통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양대 노총이 90%의 미조직 노동자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미조직 노동자·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서 노동회의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노사정 합의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노동이사제 도입 같은 노동현안에 대한 생각도 진솔하게 밝혔다.

“국회는 탄력근로 노사정 합의 존중해야 한다”

- 최대 이슈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골자로 한 노사정 합의문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그간 많은 노사 대화를 경험했기에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합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사회적 대화는 필요했다. (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로 넘어왔더라면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내가 반대했을 것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1년으로 확대됐을지도 모른다.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이념운동 연장선상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도 있다. (사회) 주체적 입장에서 6개월 연장에 합의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김주영 위원장을 이해한다. 다만 노동자 대표로서 탄력근로제가 임금삭감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합리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3월 임시국회가 7일 개회한다.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노사정 합의 내용이 국회에서 수정될 가능성은.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사회적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노동계 100%가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합의가 나왔기 때문에 그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서열 올라갔으나 품격 못 갖춰”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인간이 태어나 성장할 때 몸집만 커졌다고 무조건 성인이 아니다. 사회적 인식이나 사회·가정 등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의 책임의식과 역할에 이르기까지 걸맞은 태도를 갖춰야 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 이상인 ‘3050클럽’에 가입했다.

3050클럽에 가입한 나라 중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가 있나. 국가 경제서열에서 성인반열에 들어섰으니 그에 맞는 태도와 품격을 갖춰야 한다. 지금 비준하지 않으면 언제, 누가 할 수 있겠나.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이해 당사자와 국민에게 ‘우리가 이제 성인반열에 들어섰으니 그에 걸맞은 태도와 품격을 갖추자’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노사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탄력근로제 확대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국회에서 인정해야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은 사회적 합의 과정이 없었다. 국회가 모든 노사관계를 결정하려는 것은 직권남용이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제도개편을 논의할 때 최저임금을 국회가 결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그렇게 신뢰를 받고 있나?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대한민국은 싸움판이 된다.”

▲ 정기훈 기자

“노동회의소 도입, 야당보다 정부가 비협조적”

- 최근 한국형 노동회의소 도입 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자 이 의원이 관심을 갖고 추진한 사안으로 알고 있다.
“노동회의소는 전체 노동자의 90%에 달하는 중소·영세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지원하고, 법정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에 상응하는 노동자 이익대변기구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조 가입률이 10%에 불과하다. 양대 노총은 미조직 노동자들로부터 ‘우리 이해를 대변한다’는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과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지난달 27일 국회의원 40명의 동의를 받아 노동회의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독일의 브레멘과 자를란트, 룩셈부르크·북이탈리아 등에서 운영되는 노동회의소 제도는 노조와 달리 파업권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까지 폭넓게 회원으로 가입시킨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연방노동회의소와 9개 지역노동회의소를 두고 있는데, 회원이 373만명이다. 노조 조직률의 세 배에 달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노동회의소 전문가 2천700명이 200만건의 법률상담을 하는 등 다양한 노동자 권익보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노동회의소 설립이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도입이 어렵다. 야당보다 정부가 비협조적이다.”

- 어떤 부분에서 비협조적인가.
“제일 큰 문제가 재정이다. 고용보험기금의 일부를 사용하자고 하니까 기획재정부는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반대한다. 기금 사용 주관부처인 고용노동부 역시 부정적이다. 90% 미조직 노동자인 국민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선진국 반열에 오른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 정부 5개년 계획으로 경제발전을 꾀할 수 없다.

현장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노사가 노사관계 틀을 바꿔야 한다. 이때의 노사는 한국경총이나 한국노총이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90%의 미조직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는) 노동회의소를 통해 전문가 중심의 총노동과 총자본의 대화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구를 통해 미조직 취약계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중앙단위 노사관계 운영을 통한 사회적 대화로 이들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노동이사제 노동자 주인의식 높인다”

-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독일 등 유럽과 한국의 문화가 다르고 기업 의사결정이 늦어진다. 노조에 경영이 장악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노조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이사제라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구축된다면 반대도 없어질 것이다. 유럽 31개국 중 19개 나라가 노동이사제를 채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노사 간 신뢰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서울시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나. 산하기관 중에 노동이사제 때문에 의사결정이 지연된 곳이 없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과 주체의식이 높아진다. 사용자들에겐 더없는 장점이지 않나.”

- 최근 금융권 이슈 중 하나가 노동이사제다.
“금융권은 공공부문과 비슷하다. 오너가 없고 국민 이익과 직결되는 곳이다. 금융기관 부실은 산업의 약화로, 산업의 약화는 국민경제 전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은 공공기관처럼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해야 한다. 그것이 금융기관의 책임이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다.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지배구조와 낙하산 인사·금융지주 회장들의 전횡 등 수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노동이사제를 통한 노동자 경영참여가 이뤄진다면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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