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무형문화재 전수장학생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한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4일 인권위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2012년부터 동래한량춤 전수교육을 받았다. A씨는 지난해 4월 부산시에 동래한량춤 전수장학생으로 추천됐다. 하지만 부산시는 남성무인 동래한량춤의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전수장학생 선정에서 A씨를 배제했다. 이를 지켜본 진정인은 A씨를 배제한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부산시는 “남성춤으로서의 동래한량춤의 특성은 문화재보호법에 명시된 원형인 동시에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무형문화재법)에 명시된 전형”이라며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특징과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여성은 남성이 표현할 수 있는 춤 동작을 구사하기 어려워 원형의 변형·훼손 및 문화재적 가치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2016년 3월 무형문화재법 시행 이후 무형문화재 보전·진흥 기본원칙은 ‘원형’에서 ‘전형’ 유지로 변경됐다. 인권위는 “무형문화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형은 해당 무형문화재의 원상태 그대로의 모습, 불변성을 의미한다”며 “전형은 해당 무형문화재의 본질적인 특성은 유지하되 부수적인 요인들의 다양한 변화, 전승적 가변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동래한량춤과 유사한 무형문화재에서도 이런 구분이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남도 한량무의 한량역은 여성이 전수교육조교와 보유자 후보로 지정됐고, 교방춤의 하나로 대표적 여성춤인 살풀이춤은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보유자로 지정됐다.

인권위는 “과거 한량들이 췄던 동래한량춤의 전형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남성 무용가 계보로만 전승돼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부산시장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기능·예능 수준을 기준으로 선정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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