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 보건의료노조

'국내 첫 돈벌이 병원' 논란을 일으킨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결국 문을 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녹지국제영리병원 관련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지난해 10월4일 개설 불허를 권고한 지 꼭 5개월 만에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4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허가 취소를 위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 64조(개설허가 취소 등)는 "개설 신고나 개설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5일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으로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내어 줬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이날까지 녹지국제병원이 개원하지 않으면서 허가 취소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현장점검 한다는데 현관문 걸어 잠근 녹지국제병원

녹지국제병원측은 지난달 26일 제주도에 개원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제주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도가 이튿날인 27일 개원 준비상황 점검을 위해 녹지국제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측은 문도 열어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현장점검을 위해 녹지국제병원을 찾았지만 현관문이 잠겨 있었고 현지 관계자에게 협조를 부탁했지만 본사에서 협조하지 마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며 "이 역시 개설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처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달 5일부터 청문주재자를 선정하는 등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녹지그룹측이 지난달 14일 제주지법에 '진료대상자를 외국인관광객으로 한정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 따라 개원 허가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도가 재판에서 패소하면 개원허가 취소 절차도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영리병원 부실 허가 밀어붙인 원희룡 도지사 책임져야"

제주도민 반대 여론에도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내어 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는 중국 녹지그룹이 자본조달을 하지 못해 병원부지와 건물이 가압류된 상태였는데도 개설을 허가하고, 끊임없이 제기된 국내자본 우회투자 의혹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과 심의 허가 과정에서 우회투자 의혹이 있는데도 개원허가를 강행했다"며 "원 도지사의 영리병원 개원허가는 민의를 모독한 것일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체계를 무너뜨리는 의료영리화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 하나의 영리병원 설립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제주 영리병원의 개원 무산을 넘어, 완전히 폐기시키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영리병원은 암세포와도 같아 한번 자리 잡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며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에라도 위정자들이 의료영리화에 나서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녹지국제병원 개원 취소에 따른 해법을 제대로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개정으로 영리병원 개설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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