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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 이제부터는 노조가 앞장서 달라
▲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될 거라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불안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안 될 거라 예상했다. 절반만 넘겨도 성공이라 생각했다. 한국 현대사 주요 인물에 대한 평가가 보수와 진보로 날카롭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가 두루 인정하는 몇 인물 중의 하나인 전태일이라는 독특한 위상이 있다 해도, 노동조합이 움직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모금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노조의 발동이 걸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발동 시기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대체로 3월 이후에나 시작하는 임금투쟁 시기였다.

모금운동을 너무 빨리 시작했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와의 1차 모금 기한을 2월19일로 못 박은 것은 패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금운동이 계속 이어진다 해도, 1차가 저조하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랬는데 카카오같이가치를 통한 1차 마감이 끝나며 확인된 금액은 목표인 1억원 하고도 253만524원이었다. 내 우려는 빗나갔다. 역시 전태일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일찌감치 초등학교 학생들이 모금에 참여했다. 광주 풍양초 4학년6반 학생들은 함께 전태일 책을 읽고 전태일의 희생을 알리고 싶어 참여했다고 했다. 태일이 대박 나라는 홍보영상까지 찍어 보냈다. 영화가 걸릴 때는 6학년이 되는데, 다 같이 극장에 가서 보기로 약속했단다. 참으로 기특했다.

시청률 1위 드라마였던 <SKY캐슬>의 염정아, 1천500만 관객이 본 영화 <극한직업>의 진선규, 그리고 숱한 영화에서 연기력을 확인한 문소리, 한창 뜨는 배우들이 모금운동에 참여했다. 이들 또한 홍보영상을 찍었다. 이른바 잘나가는 배우가 사회성 있는 영화에, 더군다나 본인이 출연하지 않은 영화의 모금운동에 참여하면서 홍보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참여했다. 한국 사회에서 전태일의 위상은 그런 거였다.

1차 모금은 개인·가족·단체 등 이름으로 1만7천238단위가 참여했다. 2만명 넘게 참여한 것이다. “살아오는 전태일 열사여 현실의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소서.” “나는 노동자다, 그 한마디가 존중받는 세상을 위하여.” “아이와 광장시장을 들러 청계천을 걸으며 삶에 잊혔던 전태일을 만났습니다. 나도 아이도 노동자로 살아가야 할 이곳에서 작게나마 응원합니다.” 각자의 소망을 담은 댓글도 많이 달렸다.

잘 알고 있다. 영화는 영화다. 전태일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극장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잘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기본 제작비가 20억원 이상 들어간다. 홍보비까지 포함하면 40억원이 넘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사를 새로 쓴 명필름과 공동제작이다. 전태일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작품만으로도 1천만을 넘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전태일재단도 꼼꼼하게 챙길 것이다. 그래서 영화 수익금이 남으면 전태일재단 몫은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와 사회활동가 지원기금 등으로 사용할 것이다.

전태일 50주기 2020년, 그러니까 내년 전국 극장에서 동시상영될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범국민 제작운동은 계속된다. 기본 제작비 전액을 모금운동으로 채우는 꿈을 꾼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은 전태일의 정신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전태일이 누군가. 배곯는 어린 시다들에게 자기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 준 뒤 장시간 노동에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평화시장에서 창동까지 12킬로미터를 걷고 뛰며 퇴근하던 청년이었다. 그러면서 시다·미싱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부단히 실천하다 불꽃이 됐다. 기본 제작비를 모금운동으로 다 채우고 싶은 간절한 이유다.

해외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안녕하세요? LA에 살고 있는 김귀란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 후원을 위해 회원들이 보태 주신 700달러에 해당하는 77만원을 송금하려고 합니다. 송금할 때 보낸 사람 이름을 ‘우리 문화 나눔회’라고 해서 보낼 테니 엔딩크레디트에 아래의 이름을 모두 올려 주실 수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 문화 나눔회(NANUM Corean Cultural Center) 한진명·박용석·유지현·김귀란·신재혁·윤성운·유미선·정명기·정성하·김지영·문선영·박영준·성기윤·정미애·안태중,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태일재단은 감사와 더불어 당연히 그렇게 한다는 답신을 보냈다. 이렇게 해외에서도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모금운동에 함께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노조가 앞장서 달라. 전태일은 노동운동의 심장이다. 우리는 너나없이 전태일을 얘기한다. 이미 50개 넘는 단위노조가 이름을 올렸다. 대우조선 노민추는 현장조직 이름으로 참여했다. 금속노조 캐리어지회, 화학섬유연맹 LGChem노조와 LG화학대산노조는 전 조합원 모금운동을 결의하고 추진한다는 연락이 왔다. 따뜻한 연대의 기운이 퍼지고 있다. 조합원당 1만원도 좋고 3천원도 좋다. 보다 더 많은 조합원이 전태일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모금운동을 추진해 달라.

* <태일이> 모금계좌, 국민은행 807501-04-236126, 전태일재단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한석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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