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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합의 이후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 1주일 남짓 기간 ‘탄력근로제 합의’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노동현장 노동자부터 변호사·노무사를 위시한 전문가들까지. 대통령부터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개악’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뉴스로 보도되는 현상의 차이 탓도 있겠지만, 합의주체인 한국노총 구성원으로서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해답인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책임을 ‘탄력근로제’에만 돌릴 것인가? 내린 나름의 답은 그렇지는 않았다. ‘노동제도가 노동자들의 지위와 노동조건 향상이라는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따르지 않는 이는 없다. 이에 충실하려면 합의된 탄력근로제가 아니라 기존 탄력근로제마저 폐지하는 게 옳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은 곧장 이러한 폐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현재의 주 40시간 노동시간제(주 52시간 상한제)를 주 4일 내지 주 35시간으로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노동해방을 이상향으로 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저희는 급격한 노동시간단축을 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동의하지 않을 노동조합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임금보전이 되지 않고서야 어느 노동조합이 무턱대고 노동시간단축에 합의할 수 있을까요?” 안산지역 어느 노동조합 대표자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까지 늘린 것은 형식상 노동조건의 후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어들 임금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는가.

합의는 노사가 자율로 현행과 같은 노동조건(노동시간과 임금)을 선택하는 길을 잠시 열어 둔 것이다. 물론 더 나은 방법은 따로 있다. 40시간이 아니라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조건은 탄력근로제를 아무리 확대하거나 축소·폐지하더라도 단숨에 해소될 수 없다. 양극화·이중화된 노동시장 구조, 노동과 자본의 극단적인 양극화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다. 그래서 탄력근로제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최저임금제도가 개악의 과정을 밟고 있는 상황도,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정책이 현장에서 노동자들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상황도 구체적인 정책집행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형편없이 기울어진 자본과 노동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 아닌가. 탄력근로를 확대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더 나은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측으로 몰린 돈을 노동시장으로, 위로만 수렴하는 돈을 아래 아래로 흘려 내려가도록 하는 노동현장을 만들어 가는 구조개혁도 우선적으로(적어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합의사항에 관해 지적된 문제점을 그냥 넘기자는 변명은 아니다. 입법 과정에서 꼼꼼히 따져보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건강권 보장과 관련해 탄력근로제의 주당 최대 노동시간 64시간은 줄일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12주 연속 주간 60시간 노동을 금지하고 있거니와 ‘노동자의 과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합의한 합의서 취지에도 부합한다. 부족한 지식이지만 현장에서도 60시간을 넘기는 경우는 거의 찾기 어려웠다.

임금보전 방안을 더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의 합의사항을 입법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 내지 100%인 연장·휴일노동에 대한 할증률은 기본이어야 한다. 애초 예정된 노동시간을 초과해 하는 노동이므로 이보다 더 높이 할증하더라도 논리상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임금보장이 완벽한 경우에만 탄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

아울러 ‘근로자대표’의 대표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사용자편으로 기운 근로자대표를 이용해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리가 있다. 사실 이는 탄력근로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 특히 조직되지 않은 대부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보장을 위해서라도 ‘진짜’대표자를 선출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은 누누이 지적돼 왔다.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조건을 정하는 대표자는 아마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선출 과정에서 내부적 통제는 물론 외부적 감독까지도 도입해 볼 만하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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