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3단계 과제인 민간위탁 분야를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결정을 기관별로 알아서 하라는 취지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을 지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민간위탁 비정규직이 존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공공부문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 발표

정부는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실적 및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심의·확정했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1단계 중앙정부·공공기관, 2단계 지자체 출연기관·공공기관 비정규직(기간제·파견·용역 포함)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냈던 1·2단계 정책 발표 때와는 달리 이번 정책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나왔다. 명칭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정책추진방향'으로 바뀌었다. 정책 명칭뿐만 아니라 내용도 크게 변화했다. 정규직 전환 여부와 규모를 검토하도록 했던 1·2단계와 달리 이번에는 민간위탁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처우개선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탁업체 선정시 고용승계, 적정 정규직 비율, 합리적 임금수준 여부를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상반기 안으로 마련한다. 정규직 전환은 기관별로 민간위탁사무의 타당성을 검토해 직접수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민간위탁이 공공부문의 위험을 외주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검토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수탁기관이 과도하게 이윤을 추구하거나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정부는 관리 시스템을 마련한다.

정규직 전환 정책은 왜 방향을 틀었을까. 고용노동부는 3단계 정책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민간위탁 전수실태조사를 했다. 공공기관들이 민간에 위탁한 사무는 1만99개, 수탁기관은 2만2천743곳이나 됐다. 민간위탁업체 노동자는 19만5천736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간에 위탁한 사업을 직접 수행할 것인지, 계속 위탁할 것인지 각 기관이 그 사업수행 방식에 대한 정책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어서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우선적으로 민간위탁 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관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 결정권 가져
노동계 "비정규직 제로 의지 안 보여"


민간위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 기관이 민간위탁사업을 직접수행으로 전환할 경우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청소·경비업무처럼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인데도 개별 기관이 민간위탁으로 잘못 분류된 이들을 구제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정규직 전환 사무인지 결정은 개별기관이 한다. 노동부는 민간위탁 전수실태조사에서 잘못 분류한 상황을 파악했지만 발생한 기관과 규모는 함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정책추진방향을 '정규직 전환 포기정책'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완수할 의지가 있다면 명확한 기준을 세워 구속력 있는 지침을 시달하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도 그 책임을 각 기관에 떠넘겼다"며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정규직 전환이 아닌 민간위탁 존치 정책을 발표하면서 수십만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희망을 꺾었다"며 "기관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 결정권한을 전적으로 갖게 되면서 사실상 민간위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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