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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지점, 두 명의 자본주의 국가지도자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2019년에 접어든 지 두 번째 달이 저물어 간다. 황금돼지의 해라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격변과 위기’의 연속이다. 현시점에서 주목되는 ‘격변과 위기’의 지점은 두 개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분배 양극화가 극심하게 진행되는 지점이다. 다른 하나는 중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전쟁의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지점이다. 거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두 명 국가지도자가 깊이 연루돼 있다.

지난 21일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처분가능소득(세금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돈) 5분위 배율은 5.47이었다. 5분위 배율이란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이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의 몇 배가 되는지를 비교한 숫자다. 그런데 이 배수가 다섯 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 수치는 4분기 기준으로 200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2017년 4.61배였다가 2018년에 5.47배로 껑충 뛴 것이다. 구체적으로 1분위 즉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8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7% 하락한 반면 5분위인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932만4천원으로 10.4% 늘어났다. 이와 같은 1분위 소득감소 폭과 5분위 소득증가 폭은 모두 15년 만에 최대치였다.

이런 결과를 놓고 자본가계급의 두 분파는 제 논 물대기에 바쁘다. 수구보수세력은 이런 양극화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탓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은 하위 1·2분위의 소득급감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상위 4·5분위의 소득급증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 자유주의세력은 “고소득층과 중간층은 정규직 전환과 임금상승 등에 힘입어 근로소득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소득이 양극화됐다고 주장한다. 5분위의 근로소득이 14.2% 늘어난 것은 통계상으로 사실이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재벌과 중소 자본가이거나 대자본의 중간관리자층인데, 이 중간관리자층 근로소득이 14.2%나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관리자들의 봉급이 늘어난 것을 두리뭉실하게 ‘근로자’의 임금상승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규직 전환과 임금인상으로 4·5분위 소득이 늘어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해도 자회사 정규직으로, 즉 정규직 아닌 상용직으로 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렇게 상용직으로 바뀐 경우에도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배 양극화의 심화는 첫째 글로벌 자본주의 불황이 지속되고 심화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예비군으로, 그리고 구호빈민으로 전락한 데 따른 것이다. 둘째 문재인 정권이 말로는 소득주도 성장 운운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분배구조 개선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하려면 소득분배 양극화의 원흉인 재벌을 해체하거나 최소한 급진적으로 개혁했어야 했다. 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노동행정 기조를 친노동으로 확실하게 전환했어야 했다. 이런 급진적 변화가 추진되지 않은 결과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정권하에서 역설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이 더 나빠지고 재벌과 자본가와 중간관리자들의 삶만 더 좋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의외의 결과가 전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와 친자본 자유주의 정권의 속성에 의해 초래된 필연적 결과다. 이것은 자유주의 정권이 노동자·민중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재벌과 자본가계급을 대변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입증해 준 사례일 따름이다.

또 하나는 베네수엘라 위기다. 베네수엘라는 지금 전쟁 일보 직전 상황이다. 미국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구실로 콜롬비아 국경을 통해 베네수엘라에 구호물품을 반입하려고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3일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 부근에서 충돌이 일어나 여러 명의 사상자가 났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것은 “목을 졸라 질식시켜 죽이려 한 뒤 과자를 주는 격이고 정치적인 값싼 쇼이며 외세가 개입하기 위한 책략이고 외세의 침략을 위한 트로이 목마”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지휘하고 그의 안보보좌관 볼턴이 실무를 집행하고 있다. 이 베네수엘라 위기는 단지 베네수엘라 한 나라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며 나아가 세계 질서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 대결에서 베네수엘라 혁명운동이 승리하게 되면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이행이 힘차게 전진하면서 석유 지배를 토대로 해 성립해 온 달러 지배 체제가 무너질 것이다. 이 대결에서 미국이 승리하게 되면 쿠바 사회주의도 존립이 위태로워질 뿐 아니라 세계 진보세력은 큰 후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중차대한 문제에 문재인 정부는 어떤 입장을 보여 주고 있는가? 열흘 전 한국 외교부는 트럼프에게 줄을 서서 베네수엘라 정부에 “조속한 시일 내에 민주적이며 투명한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두로 정부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인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 제국주의자들의 반(反)마두로 책동을 그대로 좇았다. 그렇게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기로 하면 터키 영사관에서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산 채로 토막 살해한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서는 어째서 항의성명을 내지 않는가? 고작 일곱 군주 회의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에게 어째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거 실시를 촉구하지 않는가? 이 또한 문재인 정권의 정치가 트럼프와 미국에 종속된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일 따름이다. 이런 문재인 정부 아래서 어찌 진보와 자주가 구현되겠는가.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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