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1978년 이후 출생자들, 부모보다 소득 적은 첫 세대.”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접한 뉴스 자막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68년생부터 72년생이 주로 노동시장에 진입했던 97년까지 직장인이 처음 받는 초봉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외환위기 이후로 초봉이 오르는 폭이 크게 줄었고 90년대 후반 취업한 세대부터는 한평생 버는 임금이 부모·선배 세대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유사한 취지의 분석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됐다. 그러나 이번 뉴스가 뇌리에 각인된 이유는 보도에서 인용한 ‘생애 평균 실질임금’ 그래프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93년생 이후 출생자들은 지금보다 더 낮은 실질임금을 경험할 개연성이 컸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를 향한 경쟁이 치열하다. 문제는 경쟁 양상이 부모 세대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을 이용한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흙수저’ 또는 ‘흙턴’이라고 칭하며 돈과 빽이 없는 처지를 탓하던 취업준비생들은 은행권·강원랜드·체육회 등 각종 채용비리 실체를 눈으로 확인했다. 검경 수사 결과 드러난 비리행위 관계자는 재판에 넘겨졌다. 전·현직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 38명과 전 강원랜드 사장 등이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관련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채용비리 문제만큼은 관련자 처벌 외에 피해자 구제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정채용을 지시한 관련자는 처벌받지만 그러한 비리행위로 입사한 합격자는 부정채용 수혜를 그대로 누리는 형국이다. 비리입사자 채용이 무효화됐다는 어떠한 기사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세태가 동시대를 사는 취업준비생과 후대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들어가면 장땡’이라는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정부는 이달 20일 공공기관·지방공공기관 및 기타공직유관단체까지 총 1천205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의뢰와 징계·문책요구 수준의 채용비리는 182건이 적발됐다. 이 중 신규채용과 관련한 비리는 158건, 정규직 전환 관련 비리는 24건이었다. ‘공공(公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조직은 비교적 공정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실망스러웠다.

다만 정부의 이번 발표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단순히 채용실태 조사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이와 더불어 채용비리 연루자 288명을 처벌하고, 부정합격자를 업무에서 퇴출하며, 특정 가능한 채용비리 피해자에게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등 후속조치 방식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이런 후속조치를 공공기관에 국한하지 않고, 금융기관과 사기업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채용비리 문제 해결책으로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

채용비리 수혜자를 퇴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은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라는 너무도 당연한 이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절망하는 청년 세대에게 “무한경쟁 시대지만 정직하게 땀 흘리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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