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10년 많게는 24년 동안 거리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린 지방자치단체 소속 환경미화원 5명이 집단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다. 지난해 폐암에 걸린 순천 환경미화원 두 명의 산재가 인정되면서 디젤 배기가스·석면·유리규산 노출로 폐암이 발병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상시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는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건강실태조사와 건강관리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순천시청(2명)·해남군청·함평군청·대전 중구청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 폐암에 걸린 송아무개·백아무개·조아무개·이아무개·유아무개씨 등 5명이 25일 근로복지공단 각 지역지사에 산재승인을 요청한다. 이들 중 2017년 사망한 백씨 유족은 공단 순천지사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한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24년간 순천시청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한 송씨는 지난해 말 목소리가 갑자기 쉬고 열과 기침이 심한 증세로 지역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을 발견했다. 올해 1월 서울아산병원에서 폐편평상피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순천과 서울을 오가며 항암화학치료 중이다.

송씨는 <매일노동뉴스> 통화에서 "청소차 뒤에 매달려 다니면서 매연을 엄청 마셨다"며 "맨손으로 슬레이트나 연탄재를 실어 날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시에서 장갑을 지급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맨손 아니면 미화원들이 직접 고무장갑을 사서 끼고 일했다"고 말했다.

송씨와 같은 순천시청 환경미화원으로 20년을 일한 백씨는 2017년 11월 폐암으로 숨졌다. 같은해 1월 등이 심하게 결리는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았다. 소세포폐암은 폐암 중에서도 진행속도가 빠르다. 백씨는 암진단을 받은 지 10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다. 백씨 아들은 "아버지가 기침을 달고 살았다"고 전했다.

이번에 산재신청을 하는 환경미화원 모두 차량탑승과 폐기물 수거, 도로변 쓰레기 청소, 골목 쓰레기 청소·운반 업무를 10~20년 이상 순환하면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종량제 도입 전까지 석면 슬레이트나 폐건축물 자재, 연탄재 등을 자주 수거했다. 지난해 1월 산재신청을 해서 같은해 11월 산재승인을 받은 순천 환경미화원들과 근무환경이 똑같다. 일상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건강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난해 환경미화원 폐암 산재승인 이후 산재신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환경미화원에 대한 맞춤형 특수건강검진을 하고 디젤 차량이 대부분인 청소차와 폐기물 수거차를 천연가스 및 친환경 한국형 청소차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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