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이아무개(50)씨의 작업조건은 열악했다. 철재발판이 놓인 이씨의 작업공간이자 이동통로는 폭이 80센티미터에 불과했다. 이씨를 비롯한 작업자들은 철재발판에 쪼그려 앉아 일했다. 컨베이어벨트 아래 부품을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가 담당한 업무는 풀리(도르래)를 보수하는 작업이다. 풀리는 바퀴 형태의 부품으로 회전축에 벨트나 체인을 걸어 힘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힘의 방향을 바꾸는 장치다. 풀리에 문제가 생기면 컨베이어벨트가 오작동하거나 멈출 수 있다. 당진공장은 철광석을 부두에서 저장고로 옮기기 위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다. 철광석 분진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원료를 이동시키는 벨트컨베이어와 적재하는 원료장을 밀폐형으로 만들었다. 분진이 심해 종종 지역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사고현장을 확인한 금속노조 간부들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증언한 것은 밀폐된 장소에 분진이 쌓여 있다는 증거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이씨는 현장소장과 안전책임자를 비롯한 3명의 동료와 함께 풀리를 보수하는 등 컨베이어벨트 정기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씨는 부족한 볼트를 가지러 자재가 놓여 있던 곳으로 갔다. 자재가 놓인 곳은 좁은 작업통로를 지나고도 계단을 올라야 갈 수 있었다. 이씨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동료들은 이씨를 찾으러 나섰다. 이후 동료는 두 번째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이씨를 발견했다. 동료와 세 번째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했던 이씨가 두 번째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세 번째 컨베이어벨트는 정기보수를 위해 운행이 중단됐지만 나머지 컨베이어벨트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었다.

이복한 당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이씨가 왜 두 번째 컨베이어벨트에서 사고를 당했는지 사고 경위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 있던 동료들이 이씨의 사고를 즉각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당시 현장소음이 컸고, 컨베이어벨트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가로질러 놓인 1.2미터의 안전펜스가 작업자의 시야를 가려 다른 컨베이어벨트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가 동료에게 오후 5시29분께 발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한 시간은 오후 5시48분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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