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노사정 합의를 놓고 양대 노총이 유지했던 공조가 깨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반대만 하다가 국회에서 최악의 내용으로 개악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입법 과정에서 국회가 노사정 합의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쥐고 있어야 할 노동시간 주도권을 사용자에게 넘겨주는 어이없는 내용”이라며 “총파업으로 막아 내겠다”고 선언했다.

김주영 위원장 “참여 않고 반대만 하는 것 무책임의 극치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대화의 길이 열려 있고 참여할 수 있음에도 참여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가 “국회에서 최악의 내용으로 개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과정에서 쓰라린 경험이 있다”며 “노사 당사자 간 합의가 가능했음에도 민주노총이 반대해 최악의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악됐다”고 밝혔다.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만 포함하는 선에서 노사가 합의할 수 있었는데 민주노총이 반대하는 바람에 국회에서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정 과정에서 겪은 뼈아픈 경험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서도 되풀이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확대만 해도 노사 당사자 간 합의가 안 된 가운데 국회에서 처리하게 된다면 도입기간도 1년으로 늘어나고 노동자 건강권과 임금보전 문제보다는 기업의 이윤추구와 경제논리에 휘둘려 최악의 내용으로 개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며 “한국노총은 어렵게 만들어진 탄력근로제 합의 내용이 훼손되지 않고 입법 과정에서 온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탄력근로제 야합 분쇄”

민주노총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3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삭발을 하고 “3월6일 총파업으로 탄력근로제 야합을 분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가 야합이라고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면서 3개월 초과시 주별로 노동시간을 정하도록 한 것은 사용자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확대했다는 주장이다. 또 임금보전 방안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사실상 사용자에게 백지위임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민주노총 판단이다. 민주노총은 2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앞으로 투쟁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양대 노총의 제조 노동자들도 한목소리로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를 비판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화학노련, 민주노총 금속노조·화섬연맹은 '양대 노총 제조연대' 명의로 "탄력근로제 개악 야합은 무효"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용자는 단위기간 확대와 주별 근로시간 확정, 안 해도 되는 임금보전 등을 얻게 됐고 노동자는 자기 주도로 일할 권리, 건강권, 임금을 내주게 됐다"며 "야합 무효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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