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폭력범죄 가해자측이 신청한 사건기록 사본을 교부할 때 피해자 인적사항을 익명으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8일 인권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배우자인 진정인은 2017년 8월 법원의 사건기록 열람·복사 담당자가 피해자 인적사항이 기재된 복사본을 가해자측 변호사에게 교부해 신상정보가 유출된 것을 알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법원 담당자는 “피해자 관련 재판기록 복사 과정에서 실제로 피해자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인권위에 진정한 사정만으로도 업무과실로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가해자측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법원에서 사건기록을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 인적사항이 그대로 기재된 사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측 변호사는 사본에 적힌 피해자 주소·주민등록번호를 보고 공탁금 신청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 진정인은 피해자 인적사항이 기재된 법원 공탁통지서를 수령했다.

인권위는 “법원 담당자 부주의로 가해자가 피해자 신상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 놓여 피해자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법원 관련 규정에 성폭력범죄 피해자 신상정보에 대한 비실명화 조치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법원 담당자 주의조치와 더불어 재판기록 열람·복사와 관련한 규정과 절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법원행정처장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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