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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바란다
▲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어느덧 1년이 됐다. 네이버에 노조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조합 결성은 당연한 일인데 왠지 신기하다는 느낌이 앞섰다. 네이버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며 일하는 기업일 텐데, 노동조건도 좋을 거고. 많은 청년이 선망하는 기업인데 노조가 결성된다니 참 신기하군, 이런 느낌이었다. 당시 내게 네이버는 첨단이고 창의와 자유와 소통의 이미지였다. 창업자 이해진에 대한 이미지도 나쁘지 않았다.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비슷한 얘기를 하는 이가 많았다. 더군다나 노조 결성의 주축은 청년이었다. 그 점도 무척 신기했다. 대체로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노조 이미지는 별로인데 앞장서서 노조를 결성하다니, 배경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최근에야 궁금증이 풀리고 있다. 나와 내 주변에서 느끼고 있던 네이버 이미지의 상당 부분이 허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네이버가 구글·페이스북·유튜브에 버금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나의 기대가 민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네이버도 별수 없는 우물 안 기업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할지 몰라도 세계를 무대로 경쟁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다. 최근의 모습을 보면 네이버 경영진은 참신하지 않고 구리다.

7개월에 걸친 네이버의 노사 교섭은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갔고 노조는 수용했는데 사용자측이 거부해서 무산됐다. 그래서 노조는 불가피하게 쟁의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네이버 사용자측은 협정근로자 조항이 빠져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거부했다고 했다. 협정근로자 조항이 빠져서 조정을 거부했다고? 이 얘기를 듣고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구리다는 표현이었다. 그 이유를 얘기해 보겠다.

노조의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협정근로자 범위를 지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법이 정하는 특별업종을 제외하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노사 합의로만 가능하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헌법을 통해 노동 3권을 보장한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다. 대한민국은 헌법 33조에 담겨 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노동 3권을 최고의 법인 헌법에 담은 것은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측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가 동등해야 사회가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세계적 합의 때문이다. 그런데 글로벌 경쟁력을 표방하는 네이버에서 그것을 제한하려고 한다. 네이버 경영진은 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다.

네이버 노사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도 나는 기대하고 있었다. 네이버 경영진이 결국에는 노조를 통한 직원들의 애환을 수용하고 그것을 넘어 획기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게 분위기를 일신하며 신명 나는 일터가 되도록 해서 한 단계 도약하는 디딤돌로 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직원들을 대표하는 유일교섭단체와 교섭하는 중에 비조합원까지 포함된 별도의 TF를 구성해 합의하자며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부정하지 않나, 한술 더 떠 협정근로자 조항이 빠져 조정을 거부하지 않나…. 그것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 권리 사안이기에 중앙노동위가 아니라 중앙노동위 할아버지가 와도 조정할 수 없는 범주의 사안인데, 조정을 거부한 이유로 내놓은 것이 협정근로자 운운이라니, 나 원 참.

나는 한때 한국에서의 러시아혁명을 꿈꿨다. 박정희와 전두환 같은 군사독재 치하에서는 평화로운 사회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였다. 노조를 만들면 반드시 파업하도록 했다. 파업을 해도 세고 길게 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유럽을 꿈꾼다.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노사관계가 한국에 도입되는 것을 꿈꾼다. 복지를 통해 사회구성원을 꼼꼼히 챙기는 사회, 노사가 상생하는 사회,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는 추세에도 인간고용을 유지하려 애쓰는 사회,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시간당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사회, 그러면서도 국가경쟁력이 늘 최상에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내 딸과 미래세대에게 넘겨주고 싶다는 꿈이다. 네이버에 노조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내 마음에 품은 기대는 네이버가 북유럽식 노사관계의 선두에 설 수 있겠다는 기대였다. 나에게 네이버와 이해진과 직원들에게는 그런 이미지가 있었다.

아직 다 버리지 못한 그 기대로 네이버 경영진에게 요청한다. 직원들이 안정되고 신명 나게 일하는 기업에서는 노조에 파업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노조는 경영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따라서 노조가 파업하면 어쩌나 지레 겁먹으며 협정근로자 운운하지 말고 노조를 통해 확인되고 요구되는 직원들의 애환을 기업 운영에 어떻게 반영하면 될까 고민하면 된다. 네이버 경영진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희망한다. 그것을 계기로 네이버다운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그야말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한석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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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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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원 2019-02-18 17:57:51

    아이쿱 생협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도 그랬고
    노자간의 기본을 망각하고 관념에서나 있을법한 새로운 노사관계를 부르짖고 있군요.
    이제는 ‘전 민주노총....’이란 이름을 버리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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