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호현 변호사(법무법인 원)

문학은 그 사회 문화와 경향을 비추는 거울이라 했다. 법 또한 그렇다. 헌법과 법률 개정은 시대의 요구와 시대의 문제를 드러낸다.

올해 7월16일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에는 ① 직장내 괴롭힘 정의 및 금지 규정 ②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사용자에게 조사 및 조치 의무 ③ 직장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기재할 의무가 추가됐다. 같은날 시행되는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④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재해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직장내 괴롭힘이 대체 무엇이기에 법률로 금지한 것일까. 근로기준법 76조의2(직장내 괴롭힘의 금지)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직장에서 업무와 관계없이 노동자 인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언뜻 보면 바른생활 교과서 직장편에 나올 법한 당연한 문구라는 느낌이다. 도덕교과서 문구가 법률에 규정됐다는 것은 그 도덕의 위반이 법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빈번해졌다는 뜻이겠다.

이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노동자들의 제보와 상담요청을 마주할 때 더 분명해진다. 왜 위 법률들을 공포와 동시에 시행하지 않고 6개월 유예기간을 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출범 후 1년 동안 직장갑질119에는 2만2천810건의 제보(이메일 4천910건, 카카오 오픈채팅방 1만4천450건, 네이버 밴드 3천450건)가 있었다. 그중 성희롱·성폭력과 김장·장기자랑 같은 비업무적 지시, 언어적·비언어적 폭력, 따돌림 등 이른바 직장내 괴롭힘이 30% 이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내용도 기상천외하다. 필자가 상담한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사업장 사용자였다.

사용자들은 왜 가해자가 되는 것일까. 노동자의 노동력은 구입 대상이 아니다. 사용자와 노동자는 독립한 인격체로서, 말 그대로 근로계약관계를 맺는다. 근로계약이란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한 계약이다. 그런데 적잖은 사용자들은 임금의 대가를 오인하고 있는 듯하다. 임금은 노무제공의 대가일 뿐이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노동자 인격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 사용자에게도 없는 권리가 고작 상사에게 있을 리 만무하다.

사용자 상담으로 직장갑질119의 활동반경을 넓힐 것을 건의해 봐야겠다. 노동자들에게만 노동자 권리와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할 것이 아니다. 사용자에 대한 노동법 안내가 절실하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자 권리는 동시에 사용자 의무이지 않은가.

이는 보다 효과적인 노동자의 보호, 또 노동자였던 사용자 보호를 위해서다. 이 시대 사용자들의 상당수가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사용자로서의 의무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반강제로 사용자가 돼 버린 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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