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전국 600여개 공장에서 사내식당을 운영하는 현대그린푸드가 올해 1월부터 두 달마다 지급하던 상여금을 일방적으로 매월 지급으로 변경하면서 노조와 갈등이 불거졌다.

현대그린푸드는 특히 상여금 쪼개기에 항의하는 조리노동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시킨 것이니 정부를 원망하라"고 막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비켜 가려는 꼼수가 저임금 노동자 대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배혜정 기자


고무장갑 끼고 위생모 쓴 노동자들
"우리 임금이 조각피자냐" 울분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 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기아차 화성공장·현대차 전주공장·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현대그린푸드 노동자 250여명은 17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일방적인 상여금 지급 변경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양손에 분홍색 고무장갑을 끼고, 머리에 위생모를 쓴 조리노동자들은 "최저임금 도둑질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그린푸드는 전국 3천곳에 영업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백화점 거의 모든 사내식당을 독점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1월부터 격월로 100%씩 지급하던 상여금 600%를 매월 50%씩 쪼개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노조 동의는 받지 않았다.

기존 사용자가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총액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 동의나 과반수 노동자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가 최저임금법에 최저임금 변경절차 특례를 도입하면서 '동의'가 아닌 '의견청취'만으로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그린푸드 또한 요식적인 의견청취 후 상여금을 쪼개 지급했다. 설명회 시간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시킨 것이니 우리를 원망하지 말고 정부를 원망하라"고 주장한 관리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민 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전주지회 사무장은 "상여금 쪼개기에 명확하게 반대했고, 상여금을 월할 지급할 거면 통상임금화하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며 "1월25일 급여일에 반토막 난 상여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회사는 "법이 바뀌어서 문제가 없다"고만 했다. 노동자들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 현대그린푸드 본사에 찾아가 상여금 지급변경 철회를 촉구하며 1월분 상여금 전액을 현금으로 반납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영아 현대그린푸드전주지회장은 "우리 임금이 조각피자도 아닌데, 왜 조각을 내서 주려고 하냐"며 "잘못된 최저임금제도에 무임승차해 매년 한 푼도 올려주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노조 설립하자 커피와 컵 치우고
밴드 대화방 탈퇴 강요


현대그린푸드 노조탄압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과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와 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전주지회를 설립했다. 화성공장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은 지난 2006년 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에 가입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6개 식당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이 이달 11일 노조 경기지부 현대그린푸드경기지회를 설립하자 회사는 사무실에 번호키를 설치했다. 관리자는 "개나 소나 다 드나들어서 열쇠를 설치했다"고 비아냥거리며 조합원들이 사무실에 못 들어가게 했다. 그나마 지급하던 일회용 커피와 컵도 치워 버렸다. 또 6시간 파트타이머 직원과 계약직 조리원들을 따로 불러 "노조에 가입하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조리원들이 만든 밴드 대화방 탈퇴를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은 "임직원이 1만명에 달하는 현대그린푸드의 최저임금 도둑질과 불법갑질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전국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과 함께 사측의 최저임금 꼼수와 차별과 불법, 갑질을 끝장내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노동부 최저임금법 개정에 맞춰 적법하게 변경했다"며 "짝수월에 지급하던 상여금을 총액 변동없이 매월 지급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직원 과반수의 의견청취 절차만으로 변경 가능하고,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노조탄압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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