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숙과 단식농성, 오체투지가 이어지는데 그 어느 하나 새로울 것이라곤 없어 공무원 해고자들은 척척 해낸다. 농성계의 ‘고인물’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노상 추위를 어쩌지는 못해 앉으나 서나 침낭 차림이다. 석순처럼, 또 고인돌처럼 우뚝 섰다. 커다란 돌덩이 어깨에 나눠 지고 해고자들은 길에 산다. 찬바람 길, 침낭 밖은 위험했다. 주머니 구석구석 핫팩을 품었다. 대통령의 약속을 이불 삼았다. 어느덧 뼈가 시릴 나이다. 해고자로 늙었다. 노조 한 죄다. 수북한 약 봉투며 내복 챙겨 농성 가방을 빵빵하게 꾸렸다. 곡기 끊어 배는 비웠다. 재차 원직복직 오랜 바람을 외쳤다. 묵은 약속을 되새겼다. 하얀색 방역보호복 차림으로 찬 바닥에 엎어졌다 일어나기를 계속해 꾸역꾸역 오체투지 행진했다. 우묵한 곳에 물 고이듯 청와대를 향해 흘렀다. 침낭 차림 농성자가 넘어질 듯 뒤뚱대며 기어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오뚝이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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