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7년 5월1일 노동절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충돌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과 공동시공사인 프랑스 테크닙(Technip), 발주·운영사인 노르웨이 선박사 토털 노르게(Total Norge)·프랑스 정유사 토털(Total)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 조사를 받게 됐다. 사고위험을 인지하고도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프랑스·노르웨이 각국 NCP 진정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마틴 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이 6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마틴 링게 프로젝트가 시공·발주·운영사를 NCP에 진정한다. 다국적기업의 인권책임경영을 명시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삼성중공업이 크레인 간 중첩시공을 하며 사전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다국적기업들이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노동자지원단의 주장이다.

OECD는 1976년 다국적기업이 경제·사회·환경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높이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돕기 위해 행동규범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은 다국적기업의 노동자 인권침해 예방의무를 담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노동자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예방·완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인권 실천점검을 실시하며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야기하거나 이에 기여했음을 알게 될 경우 구제책을 제공하거나 구제를 위해 합법적 절차에 협력해야 한다.

노동자지원단은 “삼성중공업은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삼성중공업에서 지난 10년간 크레인 충돌사고가 7건이나 발생했지만 설비개선이나 충돌예방을 위한 신호체계 개선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 사내 표준에도 크레인 충돌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삼성중공업 담당자 진술에 따르면 골리앗크레인과 지브크레인을 중첩시키는 공법으로 변경하고도 실행 전에 사전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았다”며 “공동시공사와 발주사 직원이 현장에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레인 중첩 작업방식을 목격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중대한 작업방식을 변경할 경우 발주사 승인을 거치고, 발주사는 사전위험성평가 등 안전대책 수립 여부를 보고받는다”며 “크레인 중첩은 중대한 작업방식이므로 발주사가 변경을 승인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자지원단은 이번주 힌국과 프랑스·노르웨이 NCP에 각각 진정할 예정이다.

'잠자는 한국NCP' 이번에는 노동자 보호할까

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과 당시 조선소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이 18일 이들에 대한 선고를 예정한 가운데 앞서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삼성중공업에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검찰은 겨우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고 비판했다.

한국NCP가 피해노동자 구제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국NCP는 다국적기업의 인권·노동권 침해를 예방하기는커녕 구제 실효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NCP는 2000년 12월 설립됐는데, 2016년 12월까지 접수된 이의제기사건이 31건에 불과하다. 이 중 한국NCP가 권고한 사건은 단 2건에 그친다. 이은주 활동가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 전 과정에 대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노르웨이 선박사 토털 노르게는 사고보고서를 작성하고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다국적기업들이 노동자 인권보호 관련 국제적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일할 수밖에 없기에 국제적으로 노동자 안전과 건강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NCP에 진정을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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