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IT업계 첫 노조 설립 이정표를 세운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지회장 오세윤)가 임금·단체협상 9개월 만에 단계별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반면 네이버에 이어 노조가 설립된 넥슨·스마일게이트·네오플 등은 이미 임단협을 타결했거나 순조롭게 교섭을 하고 있다. 노조는 "네이버가 다른 업체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협정근로자 문제를 들고나온 뒤 대화 창구를 닫아 버렸다"고 비판했다.

노조와 지회는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그린팩토리 본사 1층 로비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공식 쟁의행위를 하겠다"며 "3월 말께 IT업계와 화섬식품노조 산하 노조들과 연대한 대규모 쟁의행위까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IT노동자들의 특성을 살린 개성 있는 단체행동이 예상된다.

노사는 지난해 5월11일 1차 교섭 이후 12월까지 15차례 교섭을 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쟁점은 회사가 교섭 5개월 만인 11차 교섭에서 제기한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였다. 회사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노동자인 협정근로자 조항을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지회는 "조합원의 80%가 협정근로자에 포함되도록 만든 조항을 들고나왔다"며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대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쟁의조정회의에서 권리분쟁에 해당하는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를 제외한 조정안을 내놓았다. 지회는 수용한 반면 회사는 "협정근로자 지정 관련 내용이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같은달 28~31일 지회는 네이버·NBP·컴파트너스 등 3개 법인 소속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각각 96%·83.3%·90.6%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와 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가 설립돼 교섭 중인 IT업계에서 유독 네이버만 협정근로자 지정을 고집하고 있다. 임영국 노조 사무처장은 "네이버 이후 넥슨·스마일게이트·네오플·카카오 등에서 노조가 만들어져 교섭을 하고 있는데 협정근로자 조항을 요구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넥슨 계열사인 네오플은 지난달 30일 IT업계 신생노조 중 처음으로 포괄임금제 폐지·조직해체로 인한 전환배치 방안 마련을 비롯한 90여개 조항에 합의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이달 중 열리는 집중교섭에서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회사 모두 협정근로자 지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교섭 분위기를 보면 네이버가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제일 떨어지는 것 같다"며 "가장 먼저 교섭을 시작한 네이버가 가장 늦게 타결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오세윤 지회장은 "협정근로자 문제는 교섭이 계속 진행됐다면 논의할 여지가 있었는데, 회사가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대화 창이 닫혀 버렸다"며 "회사가 지금처럼 노동 3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 창을 열지 않는다면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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