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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금융노조 파업 1년 특별인터뷰>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우리는 아직도 관치금융 철폐를 위해 싸우고 있다"
지난해 7월11일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 기록될 사건이었다. 수만명의 금융 노동자가 관치금융철폐를 요구하며 연세대에 집결했고, 결국 관치금융 문제 해결과 은행 강제합병을 않겠다는 노정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1년 뒤, 당시 파업을 이끌었던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은 감옥에 갇혀 있고, 노정합의사항은 표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금융노조의 7.11 파업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아니 어떤 과제를 남기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당시 파업의 주역이었고, 노정합의 당사자였던 이용득 위원장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감옥생활을 하면서 처음엔 편지발송이 조합원 선동기미가 있다며 금지되고 반환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제약으로 인해 편지글 형식의 서면인터뷰를 택했고,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편집됐음을 밝혀둔다. 편지글의 원문은 인터넷 매일노동뉴스(www.labornews.co.kr)에서 볼 수 있다.(편집자 주)

- 오는 7월 11일에 작년 금융노조의 투쟁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 정말 의미있는 행사다. 금융노조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조합원들 가슴에 다시 한번 새겨서 통큰 단결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부는 여전히 관치금융을 자행하고 있고, 수시로 강제적 구조조정의 칼날을 번득이고 있으니 우리가 전체조직의 현실인식과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면 결국은 다 무너지게 된다. 내가 늘 말하지만 단결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총단결만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다.

- 지금 시점에서 지난해 7월11일 금융노조의 투쟁이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보는가.

= 지금도 DJ는 계속 금융노조를 들먹이며 경영권에 도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언제 경영권에 도전한 적이 있었나? 노조는 경영권에 도전할 기회도 없었고 경영권 빼앗긴 경영자와는 싸울 필요도 없었다. DJ의 말은 노동계 탄압을 위한 적반하장식의 논리고 교묘한 말장난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우린 경영권에 도전한 것이 아니고, 강탈당한 경영권을 되찾아주고 경영권을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 수탈자에 맞서 '관치금융의 청산'을 위한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금융노동자들이 산업의 주체로서 금융인의 자주성을 확립하기 위한 격렬한 몸부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희생을 무릅쓰고도 아직도 눈을 부릅뜨고 투쟁의 깃발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지난해 노정합의가 이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 작년 7월 투쟁중에 SBS 방송,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를 했는데 관치금융으로 인한 정부책임쪽으로 비난이 쏠리자 오히려 파업을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자 정부는 할 수 없이 노정합의를 하게됐다. 그런데 그 후 진행과정을 보면서 우린 이 정부가 얼마나 엉터리인가 알 수 있었다. 지난해 노정 합의내용은 관치금융 철폐, 강제합병 금지, 러시아 경협차관 등 정부가 빌려간 돈 7조원의 즉시 상환 등이었다. 지금 그 합의내용을 살펴보면 관치금융은 국무총리훈령이 있으나마나 여전하고, 정부가 상환할 돈은 파리 잡아먹은 두꺼비처럼 표정도 없이 모른 척하고 있다. 외국자본에 약한 이 정권은 제일은행에만 갚아줬다. 또 강제합병은 어떤가. 금융관계자라면 국민주택은행이 모두가 강제합병이라는데 이의가 없는데도 파렴치하게 강제합병이 아니라고 옹색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두 은행은 존속법인, 합병비율, CEO 등 아무준비도 없이 황급히 과부보쌈 하듯 했으니 그 후 후유증이 얼마나 많았는가 말이다.

- 지난해 12월에 국민·주택은행 합병 문제로 파업에 돌입했었는데, 지금 국민·주택은행 합병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가.

= 작년 12월 파업을 국민주택의 합병문제로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면 안된다.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약속했던 7월의 노정합의를 불과 몇 개월 못가서 갑자기 일방적으로 파기를 해버리니 우리는 노정합의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정치파업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워낙 급작스럽게 발표되면서 여론에 호소할 시간도 없이 파업에 돌입하게 되었고 또 다른 지부들이 참여하지 않는 바람에 7월과 12월을 별도의 싸움으로 보게 되는 것일 뿐이다. 특히 정부가 그렇게 몰아가고 있고 금융노조가 여론에 대응할 시간을 못 가졌기 때문에, 금융노조의 일관된 투쟁방향이 가려지게 됐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금융노조의 이러한 투쟁의 맥을 끊고 무력화시키려고 갖은 수단을 다 동원했다. 그래서 나를 일계급 특진에 현상금 500만원까지 걸며 검거했던 것이고, 또 주택은행 사용자까지 동원해서 1심 재판때 이미 합의 취소된 건을 다시 처벌하게 하는 방법으로 유례없는 사법폭거를 자행한 것이다. 관치금융의 장애물인 금융노조를 말살시키려는 것이다. DJ가 대통령 취임 때 뭐라고 했나? 그런데 지금 금융권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짓밟히고 소멸되고 있다.

- 정부는 아직도 노사정위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부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것은 문제를 풀려는 것이 아니고 전시행정으로 본질을 왜곡시키려는 것이다. 무기력한 노사정위원회에 법의 강화로 구속력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가끔 참여하겠다는 것은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모양내기식 발상이다. 노사정위는 DJ 정권의 한 건주의로 급조된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노사정위 무용론'은 우리 금융노조가 정확히 증명해냈지 않은가. 작년 7월 노정합의를 하고 정부는 이를 보증하기 위하여 노사정위를 내세웠다. 그런데 12월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해도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내가 12월 파업 전에 7월 당시 노사정위원장이었던 김호진 장관을 만나 "7월 이후 바뀐 경제장관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합의가 이행되도록 도와달라"고 했더니 소 닭 쳐다보듯 딴청만 피더라. 그리고 12월 파업때도 장영철 위원장과 노사정, 공익위원이 모여서 22일 새벽 합의를 이뤘다. 내용은 '단체협약을 준수하여 노사 자율적으로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는 사용자들을 시켜 22일 당일 합병발표를 해 파업의 불길에 기름을 붓더군. 그래도 노사정위는 오늘까지 아무 역할도 못하고 있다. 이런 무기력하고 문제해결이 안되는 노사정위에 참여하라니 그건 아무 의미가 없는 명분세우기에 지나지 않는다.

- 최근 정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강경대응기조로 일관하고 있는데.

= 요즘 노동탄압은 해도 너무 하는 거 같다. 이 정권에 대한 여론이 안 좋으니까 국면전환으로 민주노총 탄압을 선택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계 전체가 정세인식을 같이하고 연대해야 한다.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에 대한 노동탄압에 항의를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자라면 당연히 민주노총 동지들의 고통이 느껴지고 연대와 지지가 보내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 안에 갇혀있으니 마음으로만 함께 할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다. 동지의 마음으로 노동자의 고통을 함께 하며 참세상이 건설되기를 바라면서 벽보고 눈감고 기도할 것이다.

- 민주노총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데.

=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면담요구를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이 노동계 분열을 조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한국노총 면담에 이어 민주노총과의 면담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휴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노동자 대중의 아픔을 머리로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따뜻한 가슴이 없으니 서로가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심히 걱정되는 국면이다.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는가.

= 한국노총, UNI-KLC 등에서 다양하게 면회를 와서 무료하지는 않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동지들도 바쁜데도 불구하고 많이 온다. 박인상, 김락기 의원님도 자주 오셔서 고마울 뿐이다. 오늘은 UNI(FIET와 PSI가 합병한 세계최대의 국제산별연맹)의 1,500만명의 대표인 필립 제닝스 총장이 스위스에서 일부러 날 면회하려고 다녀 갔다. 금융후진국에서 금융산업발전을 위해 싸우다가 노동후진국의 잘못된 노동정책으로 희생된 내 모습을 보고는 과묵한 그 양반이 분노를 터트리더군.

- 감옥생활하면서 건강은 어떤가.

= 할 일이 많은 만큼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운동시간 1시간은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데 몸의 여러 가지 기능들이 약화된 것 같다. 오십 평생 험하게 살았으니 하드웨어가 낡아서 그런가보다. 그런대로 건강 유지하려 1시간씩 뛰다보니 이제는 마라톤 매니아가 돼버렸다. 감방에서는 읽고 쓰고 그리고 벽을 바라보며 나만의 성장의 시간을 갖고 있다. 나름대로 노동철학을 정립하고 신념을 강화하는 좋은 시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성희 편집국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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