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김정욱씨가 경찰청 앞에 섰다. 작업복 차림인데, 이제 복직 한 달째니 빳빳한 새것이다. 등에 붙은 반사 필름이 각도에 따라 반짝거렸다. 노동자 안전을 위해 고안된 것인데, 어두운 곳에서 눈에 띈다. 작업복의 상징이다. 요즈음 멋쟁이들 패션 아이템으로도 번졌다. 공장에서든 거리에서든 사람을 잘 보고 살피란 뜻일 테다. 사람이 먼저라고 선언한 대통령 시절에 알맞다. 어두운 공장에서 홀로 일하다 죽은 청년의 영정이 여태 떠도는 거리와 어울린다. 번쩍대는 카메라 플래시 불빛 앞에 서서 그는 반토막 월급 사연을 풀었다. 여전한 국가손배를 규탄했다. 언젠가 지독한 최루액 공장 지붕에 쏟아붓던 헬리콥터 수리비용과 줄줄이 떠나간 조합원과 그 가족의 목숨값을 어찌 비할 수 있겠느냐고, 이게 사람 먼저라는 세상 맞냐고, 옆자리 선 이가 따져 물었다. 노동자 등에 칼 꽂는 일이라고도 했다. 가압류 딱지 품고 죽어 간 이들의 이름과 사연을 애써 복기했다. 10년 만의 복직 뒤 첫 월급이었다. 설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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