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 노동자와 직접 만나 달라고 호소했던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지 50일이 지났다. 시신은 아직 차가운 냉동고에 있다. 김용균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의 씨앗이 됐지만 그의 죽음은 진상이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동료들은 지금도 발전소 하청회사 직원으로 위험작업을 하고 있다. 유가족과 노동계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발전소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정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 산업안전 전문가와 발전 비정규직 당사자 얘기를 보내왔다. 3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


나는 지난해 10월 국회의 발전 5사 국정감사에서 “동료들이 발전소에서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두 달 뒤인 12월11일 내가 일하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스물네 살 꽃다운 나이의 김용균 노동자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 8년 사이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만 13번째 죽음이 일어났다. 더욱 원통한 것은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53일이 지나고 있지만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체 누가 억울하게 죽은 김용균 노동자의 장례조차 가로막고 있는가? 단언한다. 국가주요시설인 발전소에 비정규 노동자들을 넘쳐 나게 만든 자들이다. 바로 산업통상자원부다. 그들이 추진한 민영화·외주화가 공기업을 죽음의 외주화 상징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공기관 혁신의 핵심 배경인 위험의 외주화 근절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방침을 무로 돌린 장본인은 산자부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기인 2008년 ‘공공기관 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2010년 이후 2개 공기업 발전회사부터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명박 청와대는 국가정보원과 감사원을 동원해 발전산업노조를 파괴했다. 발전사 팔아 치우기에 실패한 산자부는 발전소 설비운전 일부와 발전소 정비산업을 민간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발전 5사 하청노동자는 8천여명으로 불어났다. 전체 인원의 40%가 하청노동자로 다른 에너지 공기업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아울러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해당 발전소를 민간발전소로 돌리고 있다. 현재 민간발전소 비율은 27%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후반기 동양그룹은 강원도 삼척에 민간 석탄발전소 건설허가를 따낸 후 2014년 운영권을 포스코에너지에 4천311억원을 받고 넘겼다. 아파트 딱지처럼 국가주요시설인 발전소 운영권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이다. 동양그룹은 가만히 앉아서 4천311억원의 이윤을 챙겼고 포스코에너지는 이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전가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민간이 지은 발전소는 전력거래소에 전기 생산을 통보한 후 실제 가동하지 않고도 대기요금을 받아간다. 2010년 2천억원이던 대기요금은 2017년 1조4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재벌이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동안 국민 혈세는 낭비됐다.

재벌에 돈을 퍼 주고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처참한 현장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산자부다. 심지어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외주화로 비정규 노동자들은 장시간·저임금 노동과 안전사고 위험에 처했다.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는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발전소 설비를 비정규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며 만들어 낸다.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의 민간 경쟁체제가 확대된 이후 발전설비 고장이 늘어났다.

비용은 국민이, 위험은 노동자가, 돈은 재벌과 기업이 챙기는 발전산업은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 민영화·외주화 정책을 폐기하고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 그리고 국가기간산업인 발전산업 재공영화를 위한 진지한 논의를 노동자·시민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세력, 산자부로부터 벗어나길 바란다. 가진 자들의 이윤을 여전히 지키려 하는 적폐 커넥션을 깨야 한다.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아니라 발전산업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고 김용균 청년 비정규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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