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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 장례 언제쯤 치를 수 있을까"진상규명·책임자 처벌·정규직화가 그리 어려운 겁니까" … 설 이후 싸움 준비하는 유가족
▲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조계종 사회노동위 스님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출발해 청와대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하며 설 전에 고인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기훈 기자>
"이러다 설 차례를 이곳에서 지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미 유가족과 함께 지내는 설날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명절 이후 투쟁계획도 준비하고 있고요."

31일 오전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인사말이다. 분향소 옆 천막농성장에서 단식 중인 시민대책위 대표단에게 인사를 건네고 광장에 모인 이들은 이내 서울시내 곳곳으로 흩어졌다.

이날 하루 시민대책위와 연대단체가 주최한 행사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포함해 7개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어떻게 해서든 설 전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단체들이 힘을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오체투지·발전소 고발 "청와대로 향합시다"

김용균씨가 세상을 떠난 지 31일로 53일째다. 편히 보내 주고 싶다는 유가족의 바람은 이뤄질까. 청와대는 이날 "유족과 대통령의 면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 면담에서 밝혔듯이, 유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정부도 설 전에 고 김용균씨 장례를 치를 수 있기를 원하며 이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시민대책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 김용균씨 초상화를 들고 선 고인의 이모부 황아무개씨가 정부를 향해 말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즉각 이행하고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수립·발표하라는 우리 요구가 그리도 어렵나요? 촛불정부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정부는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목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최하는 '고 김용균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오체투지' 참가단이 걸음을 뗐다. 이날로 단식 10일째인 시민대책위 대표단 단식자가 오체투지 대열에 슬쩍 끼어들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제발 그러지 말고 피켓이나 들고 따라오라"고 면박을 주자 멋쩍은 듯이 물러섰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출신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오체투지에 함께했다. 김용균씨와 같이 일했던 태안 화력발전소 동료들이 영정과 피켓을 들고 그들을 에워쌌다.

목탁소리 한 음절에 다섯 걸음 걷고 엎드리고. 조계사를 떠난 이들은 광화문광장 고 김용균씨 분향소 앞에 잠시 멈췄다. "김용균씨 우리 절 받으세요." 24살 청년 초상화 앞에 모두 머리가 땅에 닿도록 큰절을 올렸다. 허리를 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 스님이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염원을 담은 오체투지입니다. 이제 청와대로 향합시다."

설 이후 1천인 단식단, 유가족 분향소 차례 준비

시민대책위는 이날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을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고발했다. 이들은 "자체 조사 결과 고인이 일한 현장에서 근로시간 제한 위반·휴게시간 미부여·임금체불 같은 근기법 위반 상황을 확인했다"며 "인력과 예산을 통제하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이를 집행한 한국발전기술이 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인은 지난해 12월10일 컨베이어벨트 점검과 낙탄 제거작업을 하다 벨트에 빨려 들어가 숨졌다. 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고인이 숨진 곳은 위험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다수 기계·기구에 대한 안전검사도 없었다"며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을 추락위험 방지조치 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와 유가족은 설 이후 싸움을 준비 중이다. 설 당일인 5일 광화문광장에서 차례를 지내고,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대표단이 간담회를 한다. 시민대책위는 대규모 단식단을 꾸릴 계획이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단식 중인 대표단은 9일이 되면 20일차가 되기 때문에 설연휴 이후 버티기 힘들다"며 "1천인 단식단을 꾸리기 위해 노동·시민·사회단체에 연대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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