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직전 비밀리에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매각추진에 인수기업인 현대중공업과 피인수기업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선업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을 감내했던 노동자들은 동종사 인수·매각 추진에 2차·3차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업 분야가 상선·특수선·해양플랜트 등으로 대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피인수기업이 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은 '깜깜이 매각'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매각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회는 31일 긴급성명을 내고 "대우조선해양은 거제지역 경제의 40%를 담당하는 향토기업으로, 대우조선 노동자를 넘어 25만 거제시민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한 문제"라며 일방적인 매각 추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회는 "산업은행이 매각을 위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대우조선노조와 책임 있는 매각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하태준 지회 정책기획실장은 "투자의향서 제출 이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당초 이날 진행하려던 '2018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를 잠정연기했다. 고용·노동조건에 미칠 영향을 파악한 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가부를 묻겠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시종일관 "회사가 어려워서 더 이상 지급여력이 없다"는 앓는 소리를 했다.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때 노조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이유도 경영정상화 대의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4년 연속 기본급 동결에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 뒤이은 재교섭에서 회사는 선뜻 기본급 2만2천원 인상안을 내놓았다.

김형균 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회사가 합의를 서두르는 이유가 설명절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과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경영이 어렵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 갑자기 인수전에 나선다고 하니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부는 "중앙쟁대위와 대의원간담회를 한 뒤 향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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