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2.16 월 08:00
상단여백
HOME 정치ㆍ경제 산업동향
첫 고비 넘긴 광주형 일자리 “지속가능 실험 시작”4대 원칙 내용 채우기 과제로 … “노사민정협의회 신뢰회복, 초기업 노사관계 형성해야”
▲ 왼쪽부터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광주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31일 오후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광주시가 민선 6기 공약에 따라 2014년 6월부터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5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 임금·적정 노동시간을 토대로 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원·하청 상생, 초기업 노사관계를 지향했다. 그런데 광주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를 보면 적정 임금과 노동시간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언적인 내용이다. 광주시와 현대차, 노동계를 포함한 지역사회가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상생 ‘선언적 수준’

광주시와 지역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8인으로 구성된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은 지난해 11월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를 구체화한 것으로 일종의 협상 가이드라인이었다. 4대 의제는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투명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이다.

당시 합의문을 이번에 체결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부속협정서와 비교하면 투자유치추진단 합의 내용은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추후 논란이 될 만한 부분도 적지 않다.

협정서에 따르면 신설법인 노동자의 평균 초임연봉은 주 44시간(연장근로 4시간 포함) 기준으로 3천500만원이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 초기에 연구용역 결과로 제시된 연봉 4천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임금체계는 완성차업계가 시행하는 호봉급과는 달리 직무급과 직능급이 도입된다. 임금체계 단순화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적정 임금이 거론된 것은 원·하청 간 임금격차를 줄여 ‘일자리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정규직 고용을 통한 고용안정, 완성차업체와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가 전제돼야 한다. 원·하청 관계개선이 적정 임금과 함께 4대 의제로 설정된 이유다.

그럼에도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에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원·하청 동반성장, 상생협력과 관련해서는 “노사민정협의회가 산단 내 입주기업에 하도급 계약관계 발생시 상생협력체계 구축·운영을 비롯해 하도급(협력사) 간 공정거래, 합리적 이유 없는 일자리 격차 해소, 상호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동반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한다”고 돼 있다.

1·2 투자자인 광주시나 현대차 책임보다는 노사민정협의회의 중재 역할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 책임경영과 관련해서도 투자자와 사용자 책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소통·투명경영 실현’이라는 제목의 조항에 “노사민정협의회는 산단 내 입주기업 노사가 함께 소통·투명경영 실현을 위해 상호 협력하며 공동체 책임의식을 갖고 경영내실화를 도모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 기여하도록 지원·권고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이 노사 책임경영과 관련해 초기업 노사관계를 전제로 합의한 “포괄적 노사관계 형성” “투명경영·상생경영·노동존중 경영”이라는 문구는 사라졌다.

노사민정협의회에 지나친 책임·권한, 뒤로 빠진 현대차

광주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협정서는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임금수준이다.

협정서에는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한다”고 명시됐다. 지난해 12월 잠정합의 당시 논란이 된 부분이다. 노동조건을 35만대 생산까지 동결한다는 것으로 인식돼 노동계 반발을 샀다.

이 문구는 존치되는 대신 “제반 법령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관련 부속협정서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본 협정서에 명시되지 않은 의결사항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른다”는 문구도 넣었다. 임금체계와 전환배치처럼 협정서에서 언급된 사항만 35만대 달성까지를 유효기간으로 한다는 의미다.

논란의 여지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임금인상률의 경우 노사민정협의회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기준을 제시하고 신설법인은 이를 준수하도록 정했다. 성과금은 기업의 경영성과와 생산성 향상률을 고려하도록 했다. 노사 협상 없이 노사민정협의회가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초기부터 참여해 온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임금인상의 경우 노사민정협의회 결정은 권고수준일 뿐이고 실제 임금은 노사가 협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법적 지위가 없는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임금인상률을 결정해도 효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법적 지위가 없는 노사민정협의회에 많은 책임과 권한을 준 것은 노사민정협의회 내부혁신과 초기업 노사관계형성 필요성을 보여 준다는 지적이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광주형 일자리가 휴지 조각이 되느냐 실질적으로 시행되느냐는 노사민정협의회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노사민정협의회는 신뢰받는 기구로 거듭나야 하고, 초기업수준의 산단 노사관계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주도한 광주시 관계자들은 빛그린산단 차원의 초기업노조 활성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형 SUV로 지속가능할까

신설 합작법인 지속가능성 확보도 과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등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이유로 “경차시장이 포화상태인데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에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신설합작법인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하지는 못한다.

한 자동차산업 전문가는 “해외에서도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차의 경우 대부분 경형이기 때문에 광주 신설법인에서 경형 SUV를 생산하면 지속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며 “경형 SUV 라인이 추후에 친환경차 설비로 바꾸기도 수월하고, 내연기관과 혼류생산하기도 쉽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경형 SUV 시장이 가능성을 넘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이제 실험이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학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