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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사용자들의 멋진 신세계 - 사용자 공익위원 초안의 문제점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지난 25일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들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공익위원안 마련을 위한 초안을 제출했다. 초안의 주요 내용은 ①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②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조항 삭제 ③유니언숍 허용 조항 삭제 ④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 ⑤ 쟁의행위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⑥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⑦ 파업 찬반투표 유효기간을 60일로 설정 등이다.

공익위원안 마련을 위한 논의용으로 제출됐다고 하지만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둔 내용은 논의 지형을 왜곡시킨다. 내용만 보면 한국 사회에서 노조할 권리 보장은 충분하다 못해 지나치고, 노동조합은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이 사용자들에게 부당노동행위 적용을 너무 빈번하게 하는 것 같다. 사용자들이 꿈꾸는 먼진 신세계를 위해 고안된 이 설계도는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10% 안팎에 불과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 수준은 턱없이 낮으며, 사용자들이 노조 가입 저지나 탈퇴 회유를 공공연히 하고, 유성기업 정도로 노조파괴를 하고 노동조합이 우여곡절 끝에 입증까지 해야 대표이사가 실형을 선고받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사용자들은 노조법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규율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든가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규정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을 쟁의행위 주체로 보면서 폭행·협박을 사용해 파업참여를 호소하거나 설득하는 행위를 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용자 공익위원 초안은 그에 더해 노동조합이 파업참여를 강요하거나 불참자를 비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려고 한다. 노동조합이 강력한 어조로 파업참여 지침을 내리면 경우에 따라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도 있다. 사법기관이 노동조합의 파업지침에 강요나 비난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들이대는 순간, 노동조합은 고분고분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우리 파업에 참여할까요’라는 고운 말투로 파업참여를 권유해야 한다. 사용자들은 강요나 비난을 받았다고 신고하는 직원들 뒤에 서서 웃을 것이다.

사용자 공익위원 초안은 노동조합의 가장 큰 힘이자 존재의의인 집단적 대항력을 거세시켜 사용자에게 순응하는 식물성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의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늘려 노동조합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유니언숍 규정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조탈퇴를 유도하고 친사용자 노조 설립을 위해 힘을 쏟을 것이다.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와 협상을 지연하면서 60일이 지나도록 해서 쟁의권을 잃게 하고, 조합원들의 피로감을 자극할 것이다. 노조가 파업하면 파업참여자들을 모두 사업장 밖으로 몰아내고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할 것이다.

사용자 공익위원 초안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과정에 수반하는 법·제도 개정을 논의하는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에 제출됐지만 정작 ILO 핵심협약이나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와 맞지 않는다. ILO 협약 적용 전문가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를 사용자의 차별 및 결사의 자유 침해행위로부터 노동자 및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한 맥락에서 언급한다. 전문가위원회는 평화로운 파업이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 권리를 보장하며, 사용자 출입을 막지 않는다면 직장점거는 87호 협약이 금지하는 파업 형태가 아니라고 봤다. 또한 결사의자유위원회는 단체협약의 법적 규율에 관한 기본원칙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변화하는 일터 상황 속에서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에서도 경제적 안정화 관점에서 법령을 통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에 대한 상당한 제한이라고 봤다.

헌법은 노동자 혼자서 사용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니 함께 맞서 싸우라고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기본권은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에게 추상적인 권리다. 반면 노동조합 가입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사용자 차별과 억압은 구체적인 공포다. 노동기본권이 안정적인 제도로 확립돼 있지 않고 사용자들의 반노조 차별행위가 일상적인 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통해 일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노동조합을 기피하고 적대시하기도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기본권을 구체적인 권리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잘못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설계도는 논의 지형을 왜곡한다. 사용자 공익위원 초안은 사용자들이 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심 없다는 세간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탁선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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