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임신한 노동자의 업무상재해로 태아 건강이 손상됐다면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29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제주의료원 관련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09~2010년 제주의료원 근무 중에 임신한 간호사들이 태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약품을 직간접적으로 취급하다 유산했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동을 출산했다.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을 출산한 간호사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가 반려되자 2014년 취소소송을 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유산과 유산증후는 업무상재해로 인정한다. 그런데 태아의 건강손상은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당시 태아는 모체와 동일체이므로 태아 건강 이상은 곧 근로자인 모체의 건강이상”이라며 “업무상재해를 인정함에 있어 발병시점부터 인정해야 하므로 1심에서와 같이 태아 건강손상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1심 법원은 모성과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측면에서 유산과 유산증후, 태아 건강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고, 태아 건강도 유산이나 유산증후만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임신부는 임신과 출산으로 건강상 많은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태아 건강손상이 발생하면 진료횟수가 증가하고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며 “태아나 임신부의 건강상태가 악화하면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태아 건강손상을 유산과 다르게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귀책사유 없는 여성근로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차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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