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위축시키기 위해 제3 노총 설립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조직을 중심으로 제3 노총을 만들기 위해 국가정보원 예산 1억7천700만원을 사용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 5명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제3 노총인 국민노총 설립을 위해 1억7천700만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 사용했다.

2011년 11월 출범한 국민노총은 2010년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서울메트로를 비롯한 42개 노조가 중심이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노조와해 공작 의혹을 조사하던 검찰은 지난해 6월 노동부를 압수수색했다. 노동부 관여 여부를 수사했다.

공소장에서 따르면 이채필 전 장관은 국민노총 설립이 추진 중이던 2011년 2월24일과 3월21일 노동부 출입 국정원 직원에게 “최근 대통령께서 민노총을 뛰어넘는 제3 노총 출범을 지시하신 바 있다”며 “국민노총은 민노총 제압 등 새로운 노동질서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대통령께서도 관심을 갖고 계신 사업인데 홍보전문가 영입·정책 연구·활동비·사무실 임차 등 총 4억1천4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이 전 장관은 국민노총 설립이 이명박 대통령의 뜻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동부의 노동계 지원예산에서 전용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한국노총·민노총의 강한 반발과 추후 어용시비가 예상돼 포기했다”며 “국정원의 경우 대통령께서 국민노총 설립에 관심을 갖고 계신 데다 보안상 문제될 것도 전혀 없기 때문에 국정원에서 예산 사정이 허락된다면 3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같은해 3월11일 국정원 정보처장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민노총 와해를 서두르고 제3 노총 설립지원을 통해 중간지대를 확장시키면서 기존 민노총 등 종북좌파세력의 입지 축소를 꾀해야 한다”며 국민노총 설립지원에 특활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동걸 전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정부과천종합청사 주차장에서 국정원 특활비를 전달받았다.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1회에 걸쳐 국민노총 설립자금으로 1억7천700만원이 지원됐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원세훈 전 원장과 이채필 전 장관·이동걸 전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 5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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