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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전임자 급여지급과 자유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019년 1월, 여전히 어제일 뿐이다. 세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질 거라는 확실한 보장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뭔가 달라진 것처럼, 뭐라도 달라질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다가왔다가 가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둘러싸고 민주노총 안팎에서 관심을 끌었고, 이 안건이 포함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28일 소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명환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지난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당선돼 그 공약 이행을 위해 경사노위 참여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 등 촛불정부의 계속된 요청과 설득에 밀려 민주노총이 이를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고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 앞에서 기급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그 청구서에서 ‘민주노총은 암적 존재’라고 표현해서 크게 논란이 됐으나 정작 구속사유가 무엇이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한 사안인지는 별 관심이 없었다. 태안 화력발전소 사내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의 사망사고에 따른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은 채 여전히 이를 위한 외침이 이 나라 광장과 거리를 떠돌고 있는데 지난 27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9재가 있었다. 노동운동에 대한 매도도 계속되고 있다. 사용자 자본의 왜곡선전에 그치지 않고, 이에 권력이 편승해 민주노총 등 이 나라 노동운동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젠 귀족노조, 적폐, 암적 존재 운운하는 비난에도 익숙해져 버렸다. 발끈하며 부정했던 모습을 보기 어렵고, 오히려 노동운동 스스로도 그렇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세상에서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8일 총파업투쟁을 벌였다. 이에 대해 ‘고객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과급 더 달라는 노조 파업’(서울경제), ‘연봉 상위 10%가 성과급 더 달라는 노조 파업’(머니투데이), ‘배부른 노조의 파업’(이데일리), ‘이참에 직원수 줄이라는 역풍을 맞은 파업’(동아일보) 등으로 보수언론에 귀족노조의 이기적이고 배부른 파업투쟁이라며 몰매를 맞았다.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려 본 것이 이 지경일진대, 오늘은 이 나라 노동운동엔 정녕 어제와 다름없는 날이다. 이런 날에, 어떤 반향을 기대하지도 않고서 해 오던 대로 나는 끄적여야 했다. 지난 18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 노동법학회 토론회에서였다.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국제노동기준과 국내 노동법·제도의 조율'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는데, 나는 '국제노동기준과 노조전임자,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발표했다.

2.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근로시간면제 제도에 관한 이 나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대한 ILO의 입장은 명확하다. 이는 국가가 법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고, 노사가 교섭해서 정한 것을 무효로 해서는 안 되며, 급여지급을 처벌하는 것은 폐지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1996년 이후 20여년 동안, 10여차례에 걸쳐 ILO는 계속해서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 조사해서 권고한 것인데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번번이 그 권고를 무시해 왔다. 2010년에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제도에 관한 노조법을 시행함으로써 단순히 그 권고를 불이행하는 것을 넘어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ILO는 일방적으로 노동자 편을 드는 국제기구가 아니고, 각 나라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기구다. 그러니 이 기구에서 권고했다는 것은 국제기준에서 보자면, 우리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혀 왔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ILO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등 편의제공은 전적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서 정할 단체교섭 사항이며, 한국 정부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허용하면 노조의 자율성 훼손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노조 내부문제에 개입하고 사용자의 지휘·통제하에 두려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증거를 통해 사용자를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른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처벌하는 것은 사용자 개입으로부터 노조 조직활동을 보호하려는 목적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노사 간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대한 용인할 수 없는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ILO는 한국 정부에 이에 관한 노조법을 폐지하고, 이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을 이유로 처벌하지 말 것과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에 관한 단체협약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권고를 했다.

3. ILO는 국제노동기준에 따라 위와 같이 한국 정부에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제도에 관한 노조법 폐지 등을 권고했던 것이다. 국제기구가 이 나라 노조법에 관해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를 폐지·개선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러한 권고에 따라 노조법을 개·폐하려 하지 않았고, 앞서 본 것처럼 오히려 그에 거슬려 노조법을 시행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에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 경사노위 등에서 노조법 개선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ILO 권고사항이 무엇이고, 그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노조법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논의하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 외부에서 지적하고서야 이 나라 노조법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니, 오늘은 마치 ILO의 권고가 없었더라면 하지 않을 것처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사항으로 다루고 있으니 이 나라 노동법 연구자들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연구자라면 국제노동기준이 아닌, 이 나라 대한민국 법·제도 기준에서 폐지·개선이 요구된다고 권고할 줄 알아야 한다.

4. 노조법에서 규정한 노조전임자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인 전임자, 즉 재적전임자를 말한다(24조1항). 이러한 노조전임자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것을 노조법은 금지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고 있다(24조2항·81조). 그리고 예외적으로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 내에서 임금 손실 없이 일정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24조4항). 이어 노조법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및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 요구의 쟁의행위는 금지하고 있다(24조5항). 이상을 보면 우리 노조법은 근로계약을 통해서 사용자와 자신의 근로조건을 정해야 할 근로자에 대해서 전임자로서의 급여에 관해서는 그 근로계약이든 단체협약이든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람은 자유로이 태어났다. 분명히 대한민국헌법도 노동자도 국민으로서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자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과의 합의, 즉 계약을 통해 권리와 의무의 법률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것인데 이를 사적 자치의 원칙으로서 계약 자유라고 우리 사법질서의 기본원리로 선언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노조전임자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인 것이고, 그는 그 계약을 통해 임금 등 근로조건이 정해지는데 거기서 사용자와 사이에 권리와 의무가 정해지게 된다. 이렇게 내가 자유타령을 하면 싫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계약 자유 운운하니 사용자 자본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자유’타령이라며 말이다. 어쨌거나 국가 권력으로부터 사람의 자유를 선언한 근대 시민의 인권선언을 계승해서 이 대한민국헌법은 자유를 기본권인 자유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노동자의 자유를 노조법이 박탈해 버렸다. 사용자와의 합의로 자신이 노조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도록 정할 자유를 노조법은 빼앗아 버렸다. 나아가 노동자끼리 단체를 결성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등을 요구하며 교섭·활동하는 것도 사람으로서 보장받는 자유인 것이다. 헌법 21조 결사의 자유는 국민으로서 노동자에게도 보장된 것이다. 사용자가 단체를 결성해서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노동자도 단체를 결성해서 활동할 자유가 있는 것이니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활동할 자유도 이 결사의 자유로 얼마든지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노조를 통해 교섭하고,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단순히 일하지 않는 것(파업)은 이 결사의 자유로 보장된다고, 그야말로 국민으로서 노동자에게 보장되는 자유라고 대한민국헌법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의 자유를 읽는다면, 노동 3권에 관한 헌법 33조는 이렇게 결사의 자유로 보장되는 노동자의 자유를 넘어서 국가가 노동자를 위해서 특별히 보장한 기본권이라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우리는 결사의 자유, 노동자의 자유로 노조할 자유를 찾지 못했다. 사회권이니, 사회권적 성격을 가진 자유권이니 운운하며 국가가 법률로 구체적으로 보장해 줘야 할 노조할 권리로 보고 더 확대·보장해 달라고 외쳐 왔다.

분명히 말하지만 국가의 간섭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누릴 자유인 것이고, 이 나라에서 노조법으로 규제하지 않았더라면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노조할 자유로 봐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 나라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노동자의 자유로 보자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근로시간면제 제도에 관한 노조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해야 마땅하다. ILO 권고가 아니라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노동자를 자유가 보장된 국민으로 여긴다면, 노동자의 자유를 빼앗는 법은 폐지돼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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