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선진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꿈입니다. 노동이 존중될 때 선진복지국가는 그만큼 빨리 실현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노동존중 사회를 만드는 데 이 몸 바치겠습니다.”(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2016년 총선 당시 발언)

노회찬 의원의 꿈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창립기념공연을 통해 공식 출범한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이사장 조돈문)으로 되살아난다.

이날 행사에는 권영길·천영세·최순영·조승수·심상정·이정미·윤소하 등 전·현직 진보정당 의원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자리가 부족해 공연장 바닥과 계단까지 참석자들이 들어찼다.

파인텍지회 등 3곳에 기부금 전달

유가족 “제 2·3의 노회찬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조돈문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노회찬 의원에 대한 사랑과 염원을 담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보다 평등하고 공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선언했다.

고인의 부인 김지선씨를 비롯해 유족인사가 이어졌다. 유족대표로 고인의 조카인 노선덕씨가 “노회찬재단과 함께 멀지만 의미 있는 여정을 시작했다”며 “노회찬의 정의로운 삶이 제2·3의 노회찬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단은 이날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방송작가유니온·㈔만사소년에 각각 200만원씩 기부금을 수여했다.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은 “노 의원이 생전에 바랐던 그 길이 파인텍지회가 굴뚝농성을 하면서 세상을 바꿔 보자며 걷던 길이었다”며 “우리가 떨쳐 일어나 잘못을 바로잡고 노 의원이 꿈꾼 세상을 위해 함께 가자”는 소감을 밝혔다.

서지현 검사와 차광호 지회장, 최현준 학생·오한숙희 재단 이사가 창립선언문을 낭독했다. 낭독에 앞서 서지현 검사는 “내가 고통과 두려움에 쓰러져 있을 때 가장 먼저 손 내밀어 잡아 준 이가 노 의원”이라며 “당신의 따뜻한 용기가 우리 마음속에 다시 살아 평등하고 정의롭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노회찬재단은 노동자·서민·여성·장애인 등 대다수 국민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불리지 않는 평등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하겠다”며 “노회찬이 온 생을 바친 진보정치의 강줄기를 따라 참다운 민주주의 바다로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지현 “가장 먼저 손 내밀어 준 노 의원”

창작뮤지컬 <6411> “내가 기억할게요, 그 이름”

“좋은 이들과 함께한다는 건/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의 전부/ 우리 시작도 좋은 이들과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을 꿈꾸었기 때문이죠// 언제나 당신에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 커지고 맑아져 그대 좋은 벗 될 수 있도록”(꽃다지 <이 길의 전부> 중에서)

꽃다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이 이어졌다. 성미산마을합창단은 그리스어로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아미떼이떼 까이> 등 3곡을 연달아 불렀다.

이날은 노 의원이 세상에 알린 6411번 버스의 ‘투명인간들’을 주제로 한 창작뮤지컬 <6411>(감독 변정주)이 15분간 초연됐다. 6411번 새벽 첫차를 이용하는 청소·경비·택배·식당 등 이름 없는 노동자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노회찬을 상징하는 소년을 통해 하나씩 자신의 이름을 찾아갔다. 그런데 어느 날 소년이 사라졌다.

노동자들이 애타게 찾자 다시 6411번 버스를 찾아온 소년은 “새벽 첫차 기억할게요. 새벽 첫차 함께할게요. 아무도 알려 하지 않은 사람들 내가 기억할게요. 그 이름”이라고 노래했다.

이날 공연 사회를 맡은 변영주 영화감독과 진중권 동양대 교수(교양학부)·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하수정 작가가 ‘함께 꾸는 꿈, 토크쇼’를 했다. 가수 이은미씨가 <녹턴> <주여 이제 여기에> <애인 있어요>를 불렀다. 재단 이사진과 행사 참가자들은 <그날이 오면> 합창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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