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사용자단체 추천 공익위원 의견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공익위원안이 아닌 사용자단체 추천 위원의 안에 불과하지만, 한국 노동기본권을 국제노동기준에 맞추기는커녕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부당노동행위 6가지 열거

27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지난 25일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에서 사용자단체 추천 공익위원이 제기한 의견은 크게 6가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과태료·배상명령제도 신설 △유니언숍 조항 삭제·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파업 찬반투표 유효기간 60일 설정을 제안했다.

모두 노동계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나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에 배치된다”며 반대하는 내용들이다. 노동계가 아연실색하는 것은 "노조에게도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지우자"는 대목이다.

노조가 교섭 상대방의 단체교섭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노조나 그 조합원이 노동자에게 특정노조 가입·탈퇴를 강요하는 행위, 파업에 불참한 노동자를 비난하거나 노무제공 거부를 강요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나 조합원이 다른 노조의 설립·운영을 저지하거나 방해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 노조가 사무실 지원 같은 혜택을 다른 노조와 차별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사용자에게 사용자단체 가입이나 결성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했다.

이런 의견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 반영되면 사용자에게 산별교섭 참가를 요구하거나, 노동자들에게 노조가입 혹은 파업참여를 독려하는 행위는 ‘강요’로 간주돼 부당노동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단체 추천 공익위원들은 “노조법이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성해 산업평화 유지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노조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ILO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적용에 관한 협약) 2조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해당 조항 1호에는 “근로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설립·운영 및 관리에 있어 상호 간 또는 상대 대리인이나 구성원의 모든 간섭행위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용자도 노조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ILO는 같은 조항 2호에서 “특히 근로자단체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의 지배하에 둘 목적으로 하는 행위는 이 조가 의미하는 간섭행위로 간주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를 막기 위한 조항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용자단체 추천 공익위원이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과태료 부과나 배상명령제를 도입하자고 밝힌 부분도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입장과 배치된다.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판정례집 6판에는 “민사상 구제 및 형사상 처벌을 수반하는 구체적 규정을 통해 사용자에 의한 반노동조합적 차별행위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가 한국만이 아닌 국제적인 기준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노동계 “국제노동기준 후퇴 원천차단해야”

경사노위는 사용자단체 추천 공익위원 의견이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용자단체 추천 공익위원 의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노동계 추천 공익위원도 이미 의견을 제시했고, 양측 의견을 조율해 공익위원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공익위원 의견을 조율하면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권고안이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요구안이 일부라도 포함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최근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사노위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제도개선을 논의한 것은 국제노동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지 국제기준에 역행하려는 재계와 주고받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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