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17일 강원도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시(정책)대의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당시 대의원대회는 성원부족으로 유회했다. 3개월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민주노총 대의원들 생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28일 성적표가 나온다.<정기훈 기자>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다.

"사회적 대화라는 링 위에서 선수로 뛰겠다"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의지가 높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경사노위 참여를 당부했지만 분위기는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가 유회될 줄 몰랐듯이 이번 대회도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 민주노총 안팎 분위기는 "예단할 수 없다"는 쪽이다. 민주노총이 20년 만에 광장에서 제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대의원대회 관전포인트를 짚어 봤다.

성원부족 유회 직전 대의원대회, 이번에는?
민주노총 "역대 최대 규모 될 것"


직전 대의원대회가 성원부족으로 유회됐던 만큼 민주노총은 조직화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역대 최대 규모 대의원대회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 경사노위 참여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의원들의 참석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명환 위원장은 최근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성원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얼마나 많이 참여시킬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임시(정책)대의원대회 당시 1천137명이었던 대의원은 3개월 사이 136명이 늘어나 1천273명이 됐다. 사고(3명)를 제외한 1천270명의 절반 이상인 636명이 참석해야 개회할 수 있다. 강지현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사무총국에서 직접 전화를 돌려 본 결과 25일 기준으로 821명의 대의원이 참석의사를 밝혔다"며 "전화통화가 안 된 경우를 감안하면 참석 대의원이 1천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 기념품(USB)을 1천개 주문했는데, 최근 200개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놓고 치열한 찬반토론 예상
현장발의 수정안 쏟아질 듯


대의원대회는 회순통과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1번 안건인 '2018년 사업평가 및 결산 건'을 다룬 뒤 2번 안건인 '2019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을 논의한다. 2번 안건 첫 번째 순서가 바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건'이다.

회순통과 과정에서 "경사노위 참여 건에 대한 논의를 첫 번째로 다루지 말고 서너 번째로 미루자"거나 "중요한 안건이니까 사업계획에서 빼서 별도안건으로 다루자"는 식의 회순변경안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회순이 통과되면 원안 토론에 들어간다.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는 좌파진영에서는 "경사노위 참여 건은 논의하지 말자" 또는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고 투쟁하자"는 주장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건부 참여"나 "참여하되 조건부 탈퇴" 같은 수정안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속노조는 △탄력근로제 개악 철회 △최저임금제도 개악 철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악 철회 및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정교섭 정례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결단이 선행되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조건부 참여안'을 수정안으로 제출한다.

민주노총은 회순 변경이나 안건 수정 문제로 지리한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시간을 정해 찬반토론를 한 뒤 투표에 부치는 등 속도감 있게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의 무제한 의견개진으로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공방이 길어지면 자리를 이탈하는 대의원들이 나타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면담, 대의원 결정에 영향 줄까

대의원대회 사흘 전에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양대 노총 위원장의 만남은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면담에서 "노동권 개선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인식만큼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나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대 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 정상화되면, 회의에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전교조 합법화·공무원노조 해직자·탄력근로제·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같은 노동현안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경사노위 참여를 간곡히 당부하는 성의를 보여 주긴 했지만 경사노위 반대 진영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에게서 노동현안과 관련한 이렇다 할 답변을 받아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한 의견그룹 관계자는 "대통령이나 김명환 위원장이나 기존 입장을 서로 반복했다"며 "서로의 정치적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속 빈 자리였다"고 혹평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민주노총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성의를 보여 주긴 했다"면서도 "정치의식이 높은 민주노총 대의원들에게 그리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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