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머리 허연 노인이 새카맣게 어린 모습 영정 앞에서 이제는 늙어 고장 난 몸을 힘겹게 접었다. 영정을 똑바로 보지 못하던 엄마가 부축했다. 용균아 절 받아라, 호통치듯 외치던 그의 눈이 붉었다. 주름 깊었다. 꽃다운 청춘이었다고 빈소 찾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에 적었다. 스물넷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연료 삼아 발전소는 돈다고 회견 자리 원로는 말했다. 컨베이어벨트는 멈추지 않았다. 진상규명이 멀었다. 사람이 먼저가 맞냐고 산 사람들이 물었다. 촛불을 되물었다. 엄마가 울었다. 시신을 꺼내어 그 참혹한 죽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선생은 못할 말을 애써 꺼냈다. 죽음을 막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엄마가 답했다. 밤낮없이 불 밝힌 빈소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촛불이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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