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구속됐다. 법원은 사법농단 정점에 양 전 대법원장이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용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개입한 증거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강제징용 판결뿐이랴. 상고법원을 설치하려고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와 거래했던 수많은 노동사건 꼭대기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있다. 그는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감옥생활을 시작했다. 재판거래 희생자들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노동자 목숨 가지고 뒷거래한 양승태 죗값 치러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늦은 밤까지 양승태 구속 소식을 기다리다 잠들었는데, 새벽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확인하고 한숨을 돌렸다. 양승태는 반드시 구속돼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 모아져서 이번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잘된 일이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동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아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선정한 그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 1위에 선정될 정도로 터무니없었다. 정치판결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 간 검은 뒷거래에 우리가 이용된 사실을 확인했을 때 그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법원 판결로 쌍용차 노동자들은 10년 가까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상황이 됐고, 다섯 명의 동료를 또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구속수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숨을 가지고 뒷거래를 한 양승태의 죄를 철저히 파헤쳐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또 양승태와 함께 있었던 대법관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 사법농단 피해자들에 대한 원상회복도 필요하다. 국민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후속조치를 하길 바란다.


양승태 구속, 사법적폐 청산의 첫걸음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

양승태는 신성한 사법권을 청와대와의 거래물로 삼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권력에 굴종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한 사법농단의 주범이다. 대법원장이라는 자가 시민의 삶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요리해 흥정 대상으로 삼았다.

전교조는 이 같은 사법농단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양승태가 전교조를 제물 삼아 박근혜 정부와 손을 잡고 국정농단을 한 탓에 전교조 교사들은 또다시 해직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노조임에도 노조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이런 사법농단 재판거래의 주범 양승태가 감옥에 간 것을 전교조는 적극 환영한다. 비록 더딘 발걸음이었으나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삼권분립의 원칙이 살아 있는 나라 대한민국과 정의로운 사회의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제 남은 것은 사법농단에 대한 마땅한 책임과 처벌이다. 양승태의 그 지위와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매우 엄중하게 그 죄를 물어야 한다. 양승태 구속을 시작으로 사법농단 세력을 모조리 구속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또 전교조를 법외로 내몬 박근혜와 양승태는 모두 감옥으로 갔는데, 피해자인 전교조가 아직도 법외노조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정부는 박근혜-양승태 국정농단 세력의 합작품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취소하고, 전교조에 위로와 사과를 건네야 한다. 전교조 해직교사를 비롯한 사법농단 피해자들의 즉각적인 원상회복과 피해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한 걸음 나갔을 뿐이다. 이 걸음은 어떤 이유로든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


피해 원상회복 과제 남아, 환영하기에는 이르다
김선욱 철도노조 미디어소통실장

김선욱 철도노조 미디어소통실장

2013년 수서발KTX 자회사 법인설립 등기를 비롯해 2014년 철도 파업 업무방해죄 적용, 2015년 KTX 승무원 판결까지. 한 사업장의 노사관계를 넘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세 사건 모두 양승태가 관여했다. 철도노조는 사법농단을 ‘철도농단’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양승태가 구속됐다. 구속될 사람이 구속됐을 뿐이다. 법체계를 흔들고 농단한 ‘몸통’은 구속됐지만, ‘몸통’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지켜볼 일이다. ‘몸통의 구속’이 완전한 사법적폐의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에는 아직 이르다. 앞서 양승태 압수수색 영장과 공범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던 법원이다. 제 식구 감싸는 침묵의 카르텔이 여전하다. 법원 스스로 사법 불신을 끊어 낼 수 있다고 믿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00여명 해고와 1만2천명 징계, 철도산업의 기형적 분리로 인해 지금도 후퇴되고 있는 철도의 공공성, KTX 승무원과 파업 참여 조합원의 자살. 철도농단이 남긴 아픈 상처는 현재 진행형이다. 구속된 양승태나 구속한 법원이나 사법농단의 후과를 모두 제자리로 돌리지 못한다. 원상회복 방안 마련은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일을 피해 당사자들의 몫으로만 남겨 놓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앞으로 지루한 공방과 투쟁이 예상된다. 양승태 구속을 환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철저한 수사로 정의 바로 세워야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2007년 7월 박영호 콜텍 사장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옮기고 한국 공장을 폐쇄했다. 2009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회사 전체의 경영사정을 종합 검토해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012년 2월 대법원은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자세히 심리하라”며 ‘미래 대비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황당무계한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한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콜텍 대법원 판결은 쌍용차·KTX와 함께 ‘박근혜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이자 ‘박근혜 노동개혁에 기여하는 판결’이었다. 마침내 사법농단의 주범 양승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리고 구속됐다.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 법관들의 엄중한 처벌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사법부는 땅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또한 이와 발맞춰 피해자들 구제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사법부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 줘야 한다. 그것이 곧 정의일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거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김승하 전 KTX열차승무지부장

김승하 전 KTX열차승무지부장

많이 불안했다. 양승태를 수사한다는 뉴스는 나오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수사에 협조한다고 말은 했지만 증거인멸이 이뤄진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판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속속 기각돼 방탄법원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나. 사법농단 피해자들은 죽기도 하고, 긴 시간을 거리서 싸웠다. 그런데 가해자인 저들은 너무나 떳떳했다. 양승태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몰지각한 행태를 취했다. 사법폭력을 가한 그들의 뻔뻔한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2차 가해와 다름없었다. 양승태의 얼굴을 볼 때마다 하늘로 간 친구가 떠올랐다.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어 우리가 철도공사 직원이 아니라고 한 뒤 아기 엄마이자 친구는 세상을 등졌다. 1억원에 육박하는 임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에 큰 압박을 느꼈으리라. 다시는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소식에 절망했을 것이다. 양승태의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렇게 떠난 친구의 얼굴이 겹쳐졌다. 지켜보는 것이 괴로웠다.

양승태 구속으로 잘못된 세상의 아주 일부분이 바로잡힌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 양승태가 저지른 수많은 범죄 중 KTX 승무원 재판을 비롯한 노동사건이 적지 않다. 모든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불법행위에 걸맞은 처벌도 내려져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도 반성해야 한다. 대법원의 재판거래가 드러난 만큼 그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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