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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에서도 변함없는 '손배·가압류 고통'손잡고, 손해·가압류 피해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 “20대 국회 노조법 개정해야”
▲ 연윤정 기자

“해고기간 55개월,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액 14억7천만원, 퇴직금 가압류, 부동산 가압류.”

지난해 6월 사망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주중 조합원이 4년 전 손잡고 활동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고인은 결국 손배·가압류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

2년 전 촛불정부가 들어섰지만 노동자와 노조를 옥죄는 손배·가압류 고통은 여전하다. 손배·가압류로 신음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첫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와 김승섭 고려대 교수(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연구팀, 심리치유센터 와락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갚을 수 없는 돈, 돌아오지 않는 동료’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7개 사업장 이름 못 밝히는 이유는=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쌍용차·유성기업을 포함한 금속노조 9개 사업장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 2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쌍용차 65명, 유성기업 56명, 기타 7개 사업장 112명이 참여했다. 남성 201명, 여성 32명이다. 전체 참여자는 236명이지만 3명은 유효데이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고려대 연구팀 박주영 박사는 “쌍용차와 유성기업 이외 7개 사업장 이름을 밝히지 못한 것은 사업장 이름이 드러나는 순간 손배·가압류가 추가로 제기되고 당장 압류가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가 자기 경험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게 손배·가압류”라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배 청구를 한 주체는 회사가 97.9%로 가장 많았다. 국가기관은 30%였고, 회사와 국가기관 모두가 제기한 사례가 28.3%였다.

손배 청구액은 얼마나 될까. 10억원 이상이 74.6%나 됐다. 이 중 200억원 이상은 24%였다. 손배·가압류가 진행되는 방식은 임금·통장·전세보증금 등 채권압류가 55.8%로 가장 많았다.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 건강상태 심각=손배·가압류 소송 과정에서 피해노동자는 "인사고과·성과급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았다"(51.1%), "손배·가압류 금액을 들먹이는 회유나 협박을 당한 적 있다"(29.6%, 이하 복수응답)고 밝혔다.

손배·가압류 이후 동료가 노조를 탈퇴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94.9%로 조사됐다. 동료가 노조를 탈퇴한 이유로 "관리자가 탈퇴를 권유해서"(49.4%), "가족·친지·동료 등 주위 만류로"(36.9%)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노동자는 손배·가압류의 주된 이유로 "노조를 위축시키기 위해서"(94.4%), "파업참가자에게 보복하기 위해서"(69.1%)라고 인식했다. 손배·가압류 이후 조합원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응답은 64%였다.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의 건강상태는 심각했다. 지난 1주간 우울증상을 경험한 손배·가압류 경험 남성노동자는 59.7%였다. 일반 남성인구보다 11배나 높은 수치다. 지난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남성노동자가 30.9%였는데, 일반 남성인구에 비해 19.6배 높았다. 실제 자살을 시도한 남성노동자는 6명이었다.

◇"손배·가압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창"=20대 국회가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은 “손배·가압류 문제는 배달호·김주익 열사 유서에 잘 나타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권고했으나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기초로 20대 국회에서 손배·가압류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섭 교수는 “엄청나게 고통스럽지만 밖으로 악소리도 못 내는 사람들이 숫자로 드러났다”며 “손배·가압류는 한국 사회가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창”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송영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와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토론에 참여했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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