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노리카코리아

위조방지장치(키퍼캡)를 장착한 국산 위스키 임페리얼은 술집에서 가짜 양주를 몰아내고 양주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독주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위스키 시장은 타격을 받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지난 22일 오후 전체 직원들에게 "임페리얼 판매권을 떼내어 다른 회사로 넘기겠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한데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다. 프랑스기업 페르노리카의 '노조 혐오'와 전체 직원 60%를 감원하는 '폭력적인 구조조정'이다.

방마다 블라인드 가리고 일대일 면담, 보안요원 상주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임페리얼 판매권 매각과 함께 정규직 221명을 94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22일 회의는 누구든지 참가해 자유롭게 의사를 밝히는 타운홀 미팅이었다. 노조는 그러나 "회사 구조조정이 강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투명경영'을 내세우고 사무실 전체를 유리로 만들었다. 그런데 회사가 직원 60%를 감원하겠다고 통보한 22일 유리는 모두 블라인드로 가려졌다.<사진 참조> 회사에는 경비업체 보안요원 3명이 상주하기 시작했다. 블라인드 설치와 보안요원 배치는 지난해 연말부터 회사가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호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장투불 사장이 직원들에게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지 1시간여 만에 블라인드로 가려진 방에서 감원을 위한 일대일 면담이 시작됐다"며 "사측이 본인 선택이라고 하면서도 '경영상 어려움으로 당신 자리가 없으니 2월1일까지 희망퇴직을 결정하라'는 식으로 통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36억원 흑자, 노조 깨기 구조조정 의혹 불거져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위스키 시장 침체로 인한 경영상 문제가 아니라 노조 와해를 위해 구조조정을 밀어붙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측의 노조 혐오 발언과 부당노동행위는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본지 2018년 11월5일자 2면 ‘한결같은 노조 무시 페르노리카’ 기사 참조> 페르노리카코리아를 근로감독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최근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와 관계사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두 법인의 2018년 회계연도(2017년 7월~2018년 6월) 합산 매출액은 1천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임페리얼 법인 매출액이 2017년 155억원에서 2018년 48억원으로 급감한 탓이다. 지난해 임페리얼 위스키에서 유리 조각이 발견되면서 3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그렇지만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적자 상태는 아니다. 2018년 임페리얼 법인 당기순손실이 35억원을 기록했지만 페르노리카코리아는 1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합산하면 136억원을 벌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임페리얼 법인 매각을 앞두고 대규모 배당을 했다. 2015년 7월부터 3년간 임페리얼 법인 배당금이 458억5천만원이나 된다. 배당금은 지분 100%를 가진 프랑스 본사가 모두 챙겼다. 영업이익이 급감한 지난해에도 배당금 115억원을 가져갔다.

그럼에도 장투불 사장은 직원 60% 감원 계획을 밝히면서 그 이유로 "18개월 뒤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미래의 불확실한 경영위기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경영진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구조조정 계획을 통보하면서 호봉제를 성과급제로 바꾸고 취업규칙을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며 "유니언숍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실적을 못 내는 이유는 노조 때문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경영진이 무리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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