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현직 스포츠선수들의 미투(Me Too, 나도 피해자) 고발로 체육계 성폭력 실체가 드러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대규모 특별조사단을 꾸려 스포츠인권 실태조사에 나선다.

인권위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 분야 폭력·성폭력 문제 심각성이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밝혔다.

최영애 위원장은 이날 “스포츠 분야 폭력·성폭력 구조는 이미 10여년 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밝혀졌음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메달이나 입상 등 성과 중심적 문화가 폭력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폭력과 밀접히 결부돼 성폭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2007년 ‘학생선수 인권 보호·증진을 위한 정책권고’에 이어 2008년 중·고교 학생선수 대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활동을 종합해 2010년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권고했다.

최 위원장은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만 제대로 이행됐더라도 현재와 같은 암울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수 있다”며 “권고 이행에 소홀했던 정부와 대한체육회뿐 아니라 권고이행 여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인권위에도 책임이 있다”고 반성했다.

인권위는 산하에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신설하고,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 공무원을 파견받아 1년간 기획조사와 진정사건 조사, 제도개선 업무를 독립적으로 진행한다. 인권위는 행정안전부에 25명 내외 규모를 요청했다. 운영기간은 1년이지만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

특별조사단은 전체 등록선수 13만명 가운데 표본을 선정한다. 종목은 50여개다. 이 중 빙상·유도 등 최근 문제가 된 종목은 전수조사를 한다. 스포츠인권 관련 폭력·성폭력 사건은 전담 조사기구와 연계하는 신고·접수 시스템을 마련한다.

최 위원장은 “국가는 폭력·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훈련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며 “정부는 특별조사단 업무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충분히 지원하고 별도 범정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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