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표부 대사(왼쪽)가 21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 이행을 위한 정부 간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이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1일부터 머리를 맞댔다.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사정 합의와 관련법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양측이 90일의 협의기간 동안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U 대표단 노조법 집중 질의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한국 정부 대표단과 마들린 튀닝가 통상총국 과장을 대표로 하는 EU 집행위원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코트야드매리어트 호텔에서 첫 협의를 했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표부 대사도 참석했다.

양측 간 협의는 EU가 지난달 17일 “한국 정부의 자유무역협정 이행이 미흡하다”며 협의를 요청하면서 개시됐다. 한·EU FTA 13장(무역과 지속가능발전)에 따르면 양측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기본권을 존중·증진·실현해야 한다. 아울러 ILO 핵심협약을 포함해 최신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간 협의에서는 지난달 EU측이 전달한 질의목록에 대해 한국 정부가 입장을 밝힌다. 자유무역협정 13장 실현방안을 중점 논의한다. 협의대상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해고자·실직자의 노조가입 △노동조합 설립신고제 △평화적 파업 참가자에 대한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 △정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 △ILO 핵심협약 비준이다.

“사회적 대화 진행” “환영하지만 추가조치 필요”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제도개선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협의에서 김대환 노동부 국제협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고, 경사노위에서 진행 중인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표부 대사는 “한국 정부가 최근 핵심협약 비준에 필요한 법안 개혁을 위해 노사 대표들 간 합의를 유도하는 3자 협의 과정을 도입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추가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측은 EU가 협의를 요청한 지난달 17일부터 90일이 되는 3월16일까지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해당 기간 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2개월 안에 양측과 3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패널을 구성한다. 전문가 패널은 90일 안에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거나 문제해결에 실패한다고 해서 경제적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반면 한-EU 간 무역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이에 걸맞은 제도개선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재계가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제도 폐지 같은 요구로 맞불을 놓으면서 노사정 합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까지 노사정 대화를 한 뒤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심사하더라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노조법을 포함해 관련법 개정이 늦어지게 되면 분쟁해결도 어려워진다. EU와 협의 도중 노사정 합의나 국회 통과가 불발하면 한국 정부 입지는 좁아지게 된다.

김대환 국제협력관은 이날 EU측과 협의하기 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처리 결과를 예단하고 설명할 수는 없다”며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EU측에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U 집행위 대표단은 22일 양대 노총과 한국경총·대한상의 관계자,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개선 관행위 공익위원을 만나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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