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길에서 팻말 든 사람들은 장갑 없이 맨손이다. 할 말이 끓어넘쳐 손이 붉다. 종종 떨린다. 손끝 아린 겨울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또 누구나의 봄을 기다린다. 자식 잃은 엄마는 딸아이 앞세운 백발의 아빠를 만나 손 맞잡았다. 비로소 엷게 웃었다. 딸아이 휠체어 밀던 엄마를 만나 부둥켜안았고, 부르튼 입술 걱정을 나눴다. 앞서 세월을 견딘 노란색 점퍼 차림 아빠를 만나 말없이 말을 나눴다. 한자리에 모여 그들은 언젠가의 참담한 죽음과 상처를 복기했다. 얼음처럼 거기 서서 온기를 나눴다. 기자를 만나 그저 토해 내듯 말하고 또 말하기를 계속했다. 누구도 눈물 흘리지 않았다. 물줄기 멈춘 분수대 앞자리가 겨우내 분주하다. 거기 만남의 장이다. 장례를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눈 감은 엄마가 겨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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