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질서유지선은 집회·시위 보호와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만 설정해야 한다"며 "경찰관을 줄지어 배치한 것은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민변 소속 권영국·류하경 변호사와 박성식 전 민주노총 대변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집회에서 경찰을 밀치고 경비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가 '정당방위'로 인정된 것이다.

15일 민변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10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특수공무집행방해·일반교통방해·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영국 변호사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13년 7월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 촉구 집회에서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치우고 경찰관을 밀치거나 멱살을 잡아 경비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민변 노동위는 쌍용차 해고자들이 차린 분향소를 경찰이 철거하고 화단을 설치하자 이에 항의하는 뜻에서 집회를 주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문화재와 화단을 보호해야 한다며 질서유지선을 만들자 이를 막으려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원심은 "당시 집회 참가자가 30여명이어서 통행이나 교통장애를 일으킬 정도가 아니었고 화단에 매일 3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할 재산적 가치가 없었다"며 "해당 질서유지선 설정이나 경찰력 배치는 과도한 집회 자유 제한"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미리 집회 장소인 화단 앞에 진입해 머물면서 그 일부를 점유한 것은 질서유지선 설정으로 볼 수 없다"며 "질서유지선 설정과 경찰관을 줄지어 배치한 것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법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 대항해 폭행을 가했다면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검찰은 변호사들에 대한 무리한 기소를 반성하고 이 사건의 진짜 범죄자인 경찰을 집회방해죄로 엄중히 수사하고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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