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태 기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탄력근로제 확대·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빅딜'을 언급해 관심이 모아진다.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오후 경사노위를 방문한 자리에서 “어려운 경제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사회적 대화와 빅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문성현 위원장이 동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벌써부터 탄력근로제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 개정이 거래대상이 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ILO 핵심협약, 사회적 대화 대상 아닌데 웬 빅딜?”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방안은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논의 중인 의제 중 가장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연일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푸는 것이 맞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제기준에 걸맞게 노사관계 제도를 바꾸는 일인 만큼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애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대외협력부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 촉구 노동법률단체 공동토론회’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 윤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 공약의 책임을 사회적 대화로 떠넘기고 있다”며 “양보하고 타협할 게 아니라 정부가 국제기준과 권고를 이행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위원장인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경사노위에서 합의가 잘 안 될 것이라는 뜻으로 하는 말 같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이 사회적 합의의 대상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 가운데 탄력근로제와 ILO 핵심협약을 맞바꾸는 빅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져 노동계가 당황하고 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노동시간단축이나 노동자 건강권과 관련한 탄력근로제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ILO 핵심협약은 빅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 "노사합의만 하면 된다"
경사노위 "합의 가능성 강조한 것"


정부와 여당, 경사노위는 두 가지 사안을 맞교환할 생각이 있는 걸까. 정부와 여당이 ILO 핵심협약 문제를 경사노위로 넘긴 것은 노사합의가 없으면 보수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라는 당근을 재계에 던져 주는 대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된다고 계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수근 교수는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빅딜이 돼야 ILO 협약 비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며 “20대 국회 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구성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환노위원장 자리를 자유한국당에 넘겨주면서 예견됐던 일이라는 비판이다.

여당은 빅딜 계획을 부정하고 있다. 환노위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경사노위 합의안을 받아서 입법한다는 것 외에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논의 체계상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와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논의에서 빅딜이 거론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두 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운영위원회나 본위원회 빅딜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경사노위가 빅딜을 염두에 두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짠 것은 아닌 듯하다. 경사노위는 외려 빅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문성현 위원장이 빅딜을 언급한 것은 수사적인 문구라고 보면 되고 빅딜이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사노위 합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론과 비관론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도 합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사회적 대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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