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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시정 제도가 차별용인 제도가 되지 않길 바라며김민 공인노무사(평등노동법률사무소)
▲ 김민 공인노무사(평등노동법률사무소)

필자의 사무실은 우리나라에서 차별이 심한 곳 중 하나인 인천공항공사 근처에 위치해 있다. 그러다 보니 차별시정 사건을 상담할 기회를 종종 얻게 된다. 하지만 상담할 때부터 노동자들에게 “노동위원회에서는 인정받기 힘듭니다. 법원에 가야 이길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부터 시작한다. 차별시정 사건은 개인 노무사가 수임하기도, 인정받기도 사실상 어렵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하면 비정규 노동자 대부분은 상당히 의아해한다. 현실에서는 임금을 비롯한 차별대우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11조 조항은 그냥 선언이나 구호에 불과한 것인가? 헌법 11조를 현실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차별시정 제도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재의 차별시정 제도는 시정 영역을 기간제·단시간·파견노동자로 한정하고 인정률도 너무 낮아 존재 의의를 이미 상실했다. 설령 시정하라는 판정이 있더라도 이행강제 조항이 없고, 차별 임금에 대해 배액 배상 인정도 거의 없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후에도 사용자가 행정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어 노동자들이 최종 승소하기까지 시간적·경제적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효력 확대’를 적용받는 비정규 노동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노동자들이 상담 과정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을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에서 정하고 있는 차별 유형에 딱히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가령 동일 직급과 경력으로 입사했고, 동종 업무에 종사하지만 사업주가 개별 근로계약으로 시급을 달리 적용해 두 노동자 간 월급이 현격히 다른 경우가 있다. 또 동질의 노동을 제공하는데 통상노동자보다 교대노동자 시급이 낮아 교대근무자들은 연장과 야간에 추가로 노동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임금은 통상노동자와 같게 되는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한다. 이렇게 비교할 수 있는 노동자가 같은 기간제나 같은 정규직인 경우에는 “근로계약 갱신시 연봉협상을 잘 해야 합니다”는 조언 외에는 현재로선 법적 구제방법이 없다.

법적 구제방법이 있는 경우도 법 적용이 너무 엄격해 구제받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기간제나 단시간 노동자고, 정규직(통상노동자)에 비해 명백한 임금 차별을 받고 있는 경우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기간제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하는 일이 동종 또는 유사하다고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노동위원회에서 판정을 하는 위원들 중에는 동종·유사 개념을 동일한 노동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불리한 처우가 있었는지 여부는 따져 보지도 않고 기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필자가 맡은 ○○사업소(24시간 운영되는 현장임) 사건이 그런 사례다. 이 사업소 내에는 정규직 현장소장과 정규직 팀장이 기간제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기간제 중 교대 조장은 업무분장상 현장소장 부재시 야간과 휴일에 현장을 책임지는 업무 대행자였다. 지방노동위원회는 현장소장과 비교할 때 업무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비교대상자로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시정판정을 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현장소장은 업무 내용·범위·권한·책임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어 비교대상자가 아니다”며 지방노동위 판정을 취소했다. 이렇게 업무분장에서 현장소장 대행자라고 기재돼 있는 경우조차 동종·유사 노동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결국 기간제 조장은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행정소송을 포기했다.

남녀 임금차별을 해소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남녀 차별 임금은 노동위원회 시정절차가 아닌 노동청 신고사건으로 문제제기가 시작된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청소하는 용역업체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남성에게만 지급하는 정근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검찰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했으나 사업주는 정식재판을 제기해 형사재판 중이다. 차별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자들은 2년째 노동청 진정,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단시간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에서 통상노동자와의 차별을 인정받았지만 사업주가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판 중이다. 사업주는 시간을 끌면서 노동자들을 남녀로 구분해 경쟁시키고, 노동조합도 복수노조로 서로 다투는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임금차별로 비용을 줄여 왔다. 이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차별시정 제도를 통해 차별 임금도 체불임금이라는 인식이 확산해야 한다.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과 차별 없이 지급하도록 법 집행을 엄격히 한다면, 굳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사업주가 있을까? 2019년은 좀 더 평등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김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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