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2019년이 밝았다. 어제 뜨는 해가 오늘 다시 뜨는 것뿐이지만 대다수 저임금 청년노동자에게 다른 점이 있다면 10.9%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는 점일 것이다. 최저임금 8천350원. 모든 변화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실감되는 변화라고는 말할 수 있다. 아직 이 변화가 월급봉투에 담기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계속해서 번지는 양상이다.

바로 보름 전에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두고 때아닌 주휴수당 논쟁이 벌어졌다. 2011년 청년유니온이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를 고발하면서부터 아르바이트 노동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주휴수당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알바천국’에서 연예인 수지가 주휴수당을 알리는 광고를 방영한 바 있음에도 없었던 주휴수당이 새로 생겨서 기업이 죽는다는 것이다. 아니 불과 반년 전 최저임금 결정 직후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1만원을 이미 넘긴다고 이야기하던 이들이 바로 보수언론과 경영계였다. 반년 전에 이미 주휴수당이 있어서 높다고 해 놓고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수당이 의무화됐다고 더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거나, 무책임하거나, 혹은 둘 다일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서 동결을 주장하다가 50원만 올리자고 하는 모습이나 제대로 된 근거와 자료 없이 업종별 차등적용을 매년 주장하는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에서는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대한 정부당국의 노골적인 의지마저 느껴진다. 결정기준에는 고용수준과 기업 지불능력을 추가하고, 최저임금위는 전문가로만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 당사자가 포함된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확실하지 않은데 고용수준을 어떻게 고려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기업 지불능력은 어떤 지표로 파악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무엇을 고려할지 알 수 없는 내용을 추가하면 합리성이 높아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위 이원화도 이미 실질적으로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심의촉진구간 안에서 결정되는 관례를 아예 구조화하는 것일 수는 있어도 객관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구조적으로 노·사 당사자의 직접적 역할을 축소하고 전문가 결정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객이 전도된다고밖에 보기 어렵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은 당연히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편의 기준과 목적이 무엇인가. 정부가 내세운 기준은 합리성과 객관성이지만 무엇을 위한 누구의 합리성과 객관성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혹시 경제지표와 고용동향, 임금불평등에 따라 기계적으로 최저임금 금액 구간을 전문가들이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물론 이조차 절대 하면 안 되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는 어디에도 없다. 최저임금이 덜 오르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임금협상을 할 수 없는 대다수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바로 민주주의 문제다. 정부 역할은 전문가의 손을 빌려 기계적으로 이들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일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생활 보장과 경제적 불평등 완화라는 제도 취지대로 작동하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민주성과 책임성이라는 원칙하에서는 사회적 대화 룰 자체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은 추진 과정도 이러한 원칙에 미치지 못한다. 1월 말까지로 공론화를 못 박은 것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란, 탄력근로제 논란과 판박이다. 이것이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대하는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는 자신만의 합리성과 객관성이 아니라, 어떻게 최저임금 당사자의 삶을 담아내는 최저임금위 구조를 만들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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